- ‘미국 우선’ 트럼프 대통령, 달라진 미국
-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 누가 메꿔나갈 것인가
- 여전한 불확실성 속 세계 시민의 여론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주석(오른쪽)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주석(오른쪽)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무역 전쟁으로 인한 양국 간의 긴장관계는 이미 기술, 외교안보 등 전방위적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양국 갈등이 단순 경제문제를 넘어서 국내 및 국제정치적 문제로 전이된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 달라진 미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직후부터 학계의 우려와 관심을 동시에 받았던 ‘보호무역주의’는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보복관세에 다시 관세로 보복하는 양상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세계 무역시장은 축소됐다. 작년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직후 IMF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이 세계 경제를 0.5% 둔화시켜 총 4,300억 달러(약 520조 원)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김용호 경희대 특임 교수는 “트럼프가 등장한 이후 기존 정치 이론이 거의 쓸모가 없게 되었다”며 미국 대외정책이 과거와 분명히 달라졌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과거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관련 학자들은 과거 ‘세계의 경찰(World’s policeman)’을 자처하고,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명분 하에 수많은 문제에 개입하곤 했던 미국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며 “그 모든 부담이 미국에게 있다면 그것은 부당한 것”이라 얘기한 바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으로 명백한 패권국으로서 국제적 가치를 수호하던 미국의 역할이 변화했다는 설명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전(前) 미국 외교관 브라이언 클레인(Brian P. Klein)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건설적인 국제 사회의 공조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문제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시위대와 만나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써 올린 글 (사진=트럼프 대통령 SNS 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문제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시위대와 만나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써 올린 글 (사진=트럼프 대통령 SNS 캡쳐)



그의 설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와 관련해 지난 15일(현지시간) 단 하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만을 남겼을 뿐 홍콩 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전의 그 어떤 미국 행정부라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최소한 민주주의를 위한 원칙적인 자세를 취했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더 이상 국제적 리더십의 선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시 주석이 직접, 개인적으로 홍콩 시위대와 접촉한다면 홍콩 문제 해결에 더욱 행복하고 나은 결말이 있을 것"이라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적었다.

◆ 리더십의 부재, 차기 리더는 누구?

사실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중 누가 글로벌 리더, 즉 패권이 될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많이 있어왔다. 다만 큰 불확실성 탓에 그 누구도 이견 없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 관련 학자들의 이야기처럼, ‘글로벌 리더’의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면, 과연 중국이 차기 리더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감당하기에는 현재 지고 있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진행하고 있는 현대판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지금껏 전례 없던 전세계적 규모의 인프라 개발 사업 ‘일대일로’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중국이 인프라 자금을 투자한 국가가 해당 부채에 대한 채무 이행이 어려워지는 부정적 사례가 지속 보고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두고 ‘부채의 함정’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일대일로 자금을 받은 파키스탄이 IMF에 손을 벌리는 등 부채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부각되면서 중국은 이 같은 비판은 더욱 커졌다. 케냐, 베네수엘라, 스리랑카 등의 국가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한편, 미국의 달러화가 국제 통화로서의 확고부동한 지위를 차지한 것에 비해 위안화의 통화가치가 낮다는 점도 문제로서 제기된다. 또, 꾸준히 국제사회의 지적을 받아왔던 중국 사회의 불투명성과 정치적 강압성도 문제로서 거론됐다.

◆ 글로벌 리더십, 세계 시민의 여론은?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 그리고 G2 국가이자 신흥 패권국 중국의 부상.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이 확실한 ‘리더’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학계의 의견도 분분한 가운데 관련한 여론 조사 결과가 있어 주목을 받았다.

세계의 리더로서 어떤 국가가 적합한지 묻는 설문에 대한 응답 결과 (사진=Pew Research Center)
세계의 리더로서 어떤 국가가 적합한지 묻는 설문에 대한 응답 결과 (사진=Pew Research Center)



여론의 선택은 미국이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 연말 미국을 제외한 25개국을 대상으로 세계인의 글로벌 리더십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미국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중국을 선호한다는 답변을 크게 앞섰다. 전체 평균으로하면 미국은 63%, 중국은 19%의 응답을 받았다.

한국은 미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는 응답에 73%가 응했고, 일본은 81%, 필리핀은 77%, 호주가 72%가 같은 답을 했다. 미국을 선택한 상위 5개국 중 4개국이 중국에 인접한 국가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다만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어느 국가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의 손을 들어준 국가도 많았다. 

 

어떤 국가가 세계의 경제 주도권을 갖고 있는지 묻는 설문에 대한 응답 결과 (사진=Pew Research Center)
어떤 국가가 세계의 경제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묻는 설문에 대한 응답 결과 (사진=Pew Research Center)



전체 평균으로는 39%의 응답자가 미국을, 34%의 응답자가 중국을 선택하여 상대적으로 대등한 결과가 나왔다.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경제 분야에 있어서만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강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계속해서 격화되는 미·중 갈등 속에 미국과 중국의 신(新) 냉전 시나리오까지 대두되고 있다. 명백한 리더십의 공백과 불확실성 속에 미·중 관계의 미래에 모든 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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