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 지닌 ‘수퍼 말라리아’가 문제
-아프리카 이어 동남아도 관심 필요
-퇴치 신약 개발, ‘속도’가 중요하다

말라리아의 공포.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말라리아 퇴치의 날이 머지 않았을까? 말라리아로 인한 사상자가 연간 43만 명 선으로 떨어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또 하나의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말라리아의 완전 퇴치에 희망을 엿보고 있다.

43만 명은 얼핏 보면 아직도 많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100년 전과 비교하자면 1/5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거기에 지난달 2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제리와 아르헨티나가 말라리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국가가 되었다고 공표했다. 이에 말라리아 근절에 성공한 국가는 38개국까지 늘어났다. 알제리 역시 ‘특별한 성공사례’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그 이유로는 아무래도 알제리가 아프리카 국가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아프리카는 2017년 전체 말라리아 감염 건수(약 2억 건) 무려 9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두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한 가지는 사하라 이남 지역을 중심으로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는 발병률과, 두 번째는 현재의 처방에 내성을 지닌 변종 말라리아의 등장 여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인들이 이전보단 말라리아로 인해 ‘덜’ 고통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말라리아로 인한 사상자 수치는 2011년 이후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10개국과 인도가 총 발병 건수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에서의 발병률은 떨어지고 있으나 아프리카의 경우 최근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잠비아의 경우 말라리아 퇴치에 국가적 명운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의 말라리아가 스프레이나 약물로부터 내성이 생기고 있다는 점은 주의를 요한다. 한 가지 이유로, 스프레이를 구입할 수 있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다른 이유로는 스프레이 자체에 대한 내성을 꼽을 수 있다. 애초에 3조 원이 넘는 돈이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쓰이고 있지만 1인당 지급 금액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2010년 기준 말라리아 확산 분포도. 옅은 파란색은 잠재적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사진=WHO)

마지막으로는 이들 국가의 보건위생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겠다. 특히 나이지리아 북부와 같이 내전이 일상화된 지역이 그러하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강해진 말라리아’에 대처할 준비가 덜 되어있다. 50년 전에는 클로로퀸(항말라리아약)이 전 세계에 보급되어 큰 효과를 본 적이 있다. 과거 말라리아 문제가 심각했던 동남아시아의 경우 클로로퀸에 내성이 생긴 병균이 국지적으로 발현하자, 개똥쑥에서 추출한 아르테미시닌을 이용한 치료법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루기도 했다.

◆ 말라리아 공포, 동남아에서 재확산

캄보디아와의 국경지대이자, 베트남 남부의 한 사례 역시 말라리아 퇴치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병원이 커버하는 주민 수는 20만 명이지만, 침구 수는 250개 정도에 불과했다. 정부 지원도 보잘것없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은 별 걱정이 없었는데, 그때만 해도 말라리아는 적어도 ‘완벽 퇴치’에 이르렀다는 것이 중론이었기 때문이었다. 간혹 사상자가 나와도 이는 단지 우연의 일치일 뿐이었지, 치료법 자체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옥스퍼드 대학의 한 연구진이 베트남에서 전통적인 치료법의 실패율이 6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상황은 급격히 반전되었다. 두 종류의 말라리아 기생충이 메콩 강 일대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중 열대열말라리아원충(Plasmodium falciparum)이 가장 큰 문제로 보고되었다. 한편, 삼일열말라리아원충(Plasmodium vivax)은 동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열대열말라리아가 더욱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이 원충은 말라리아의 치료 이후에도 간에서 기생하며 틈틈이 재발을 노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면역이 약해지고, 다른 질병에 취약하게 만듦은 물론이었다. 

어느 생명체나 그러하듯이, 말라리아 기생충 역시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 메콩강 유역에서 인체의 혈액에 침투한 말라리아 모기들 역시 진화를 도모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지역에서 말라리아의 완전 근절을 도모하려면, 새 치료법에 내성을 지닌 기생충이 진화하리라 예상되는 시점인 2030년까지 대대적인 해결책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책은 두 가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아르테미시닌은 3일 안에 체내에서 기생충의 수를 효과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 이후 남아있는 기생충들을 점진적으로 청소해줄 약물 치료가 병행된다. 그럼에도 치료율 100%을 달성할 수는 없었는데, 이는 아르테미시닌 치료에도, 약물 치료에도, 혹은 두 가지 모두에도 내성을 지닌 모기의 존재가 틈틈이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메콩강 유역 국가인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베트남, 그리고 미얀마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되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계는 왜 열대 산림지역이며 고무 플렌테이션이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내성을 지닌 모기가 특히 발생하는 지에 대해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아프리카에서는 어린이와 임신한 여성이 특히 말라리아에 취약하다. 반면 메콩강 유역에서는 젊은 노동자들의 발병률이 유독 높았다. 아마도 대부분이 불법 벌목업에 종사하는 이들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의 경우 빠른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유의 사항을 꼽히고 있다. 이에 대부분은 병원 대신 민간요법을 택하기도 한다. 병원에 방문한다 한들, 베트남의 경우 말라리아 치료가 원칙적으로 무료이건만 이들은 종종 긴 시일이 걸리는 치료 과정을 조기에 포기하곤 한다. 아마도 생계 때문일 것이다.

취약한 거버넌스 역시 한 몫하고 있다. 한 지역에서의 말라리아 확산은, 종종 주변국가에게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에 의하면 “베트남은 몇 년 전에 말라리아를 완전히 퇴치했어야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도 없죠. 캄보디아 때문에요.”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글로벌 펀드나 보건단체의 지원금도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도움이 필요한 먼 곳에까지 지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모기에 감염된 사람들의 수 자체를 줄이고, 치료에 걸리는 시간과 자원을 단축하기 위해 말라리아의 예방 자체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방의 건강관리 서비스와 적극적인 대민활동이 요구된다. 이 중에서도 동남아 각국은 ‘무료진단서비스’을 적극적으로 활용, 홍보하고 있다. 이는 비용이 덜 드는 점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지의 한 의사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발병 첫 삼일 안에 진단서비스를 받는다면, 이는 상당히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첫 3일이 지난다면 “그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각국 정부는 실시간 발병 플랫폼을 도입해 질병의 현황과 분표속도를 체크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태국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다는 평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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