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구제하려면 ‘의식의 정당성’ 무너뜨려야
-KOICA 등 한국에서도 관심 가질 필요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유럽에서 나이지리아 여성들의 성매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포주와 직업여성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찾는 관광객들도 제법 흔히 접할 수 있다.

내부분 나이지리아 남부가 고향인 젊은 여성들은 이들을 유럽으로 유혹하는 알선책들에게 굴복하고 만다. 르몽드와 BBC를 비롯한 몇몇 외신의 특파원들은 직업 여성들을 유럽으로 꾀어내는 이 알선책들을 ‘세이렌’으로 비유한다.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선원들을 유혹해 죽음으로 내몬다는 바다 위의 괴물이다. 

이런 성적착취의 근간에는 조직화되고 체계화된 종교적 메커니즘이 자리한다. 모든 일은 유럽으로 떠나기 전날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소녀와 그녀의 가족과 친척, 소녀를 유럽으로 데려다줄 포주와 종교 지도자, 무당이 한자리에 모여 의식을 치른다. 이는 일반적으로 ‘주주계약’으로 불린다. 요약하자면 포주를 향한 충성맹세다.(▶관련기사 나이지리아 매춘부, ‘세이렌’에게 홀리다 ①)

주주계약을 어겼을 때에는 필연적으로 보복이 돌아올 것이고, 직업여성에게는 성매매를 그만두었을 때 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가 된다. 처참한 환경에서 일을 하다 생긴 심각한 우울감과 겹쳐, 심리적 신체적 고통이 커질수록 두려움도 커진다. 

그래서 젊은 여성들은 질병·신체적 고통·불면증·심리적 불안을 주주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를테면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들은 소녀들이 단체의 보호를 받을 때도 물론이고, 어떤 경우 주주가 내리는 저주나 징벌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순순히 조직으로 돌아올 때도 이런 믿음이 여전히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았다. 대다수가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는 게 아니라, 주주를 지키지 못한 배신자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약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여성들 스스로 성매매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다. 

인신매매 희생자 보호 및 수용 시설인 ‘동반자, 보호소, 교육 및 사회의 교차로(ALC)’에서 일하는 파트리샤 쿠아쿠는 “포주들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면 가족에게 위협, 방화, 살인 등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매춘 여성을 검사하는 이탈리아 경찰들. (사진=연합뉴스)

◆ 성매매 여성을 구제하려면

과거 대학을 다녔지만 주주 때문에 성매매를 하게 된 한 여성이 있었다. 쿠아쿠는 그녀에게 10일마다 1000유로를 내는 대신 매월 200유로를 내는 것으로 재협상을 제안했다. 그녀는 비록 재협상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성매매 조직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쿠아쿠는 ‘사람들이 그녀를 속였고 따라서 주주 의식은 이제 무효’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런 식의 설득은 종종 효과가 있었다. 의식을 허물어뜨리고 의식의 강제력을 없앤다면 이제껏 미화돼온 신성을 사라지게 하고, 세속적인 문제들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3년 전부터 이 문제는 마침내 법정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이지리아의 성매매 알선 조직이 연루된 몇몇 사건들은 툴루즈나 보르도에서 법의 심판을 받았다. 마마와 그녀의 ‘딸’이 맺은 관계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의식의 허락을 받았건 아니건, 그것은 법정에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엄연히 인간을 거래하고 착취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의 ‘인신매매에 관한 제1차 국가 행동 계획’(2014~2016) 덕분에 현재 공권력은 나이지리아 성매매 조직을 타진하는 과정에 있다.

전대미문의 규모를 갖춘 나이지리아의 성매매 조직이 무너진 뒤, 2018년 5월 파리에서는 ‘진정한 자매들(Authentic Sisters)’이라 불린 소송이 열렸다. 총 15명(11명이 여성)이 성매매와 인신매매로 기소됐다. 이들은 막대한 벌금형과 2~1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전파되면 나이지리아나 프랑스에서 이런 현상에 대해 틀림없이 사람들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나이지리아와 프랑스에서 열린 최초의 캠페인들은 앞으로 성매매에 발을 들여놓을지 모를 여성들에게 ‘주주 계약’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 KOICA도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국내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나이지리아의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아나보구 나이지리아 여성부 차관이 국내에 방문해 KOICA의 누공 퇴치 노력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아나보구 나이지리아 여성부 차관. (사진=KOICA)

누공은 자궁이 발달하지 않은 13~14세 소녀들이 임신을 하면 복부에 힘을 주지 못해 난산을 하고 2~3일 동안 출산을 하면서 요도에 구멍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누공이 발생하면 가족과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보코하람의 발생지인 나이지리아 북부 보르노주는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피해가 발생, 누공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이 지역에서 납치된 소녀 중 200명 이상이 이들에 의해 임신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물론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종교적 서약에 이끌려 해외로 팔려가는 소녀, 혹은 그러한 위험에 처한 소녀의 처우에도 관심을 줄 수는 없을까. 나이로비에 봉사단으로 파견된 경험이 있는 관계자는 “보건시스템의 혜택을 본 소녀들이 해외로 팔려나가는 경우도 많다”며, “주술이나 미신에 속아 몸 건강한 소녀들이 해외에서 성매매에 시달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했다.     

보건 시스템과 인프라를 정립하는 데에는 의료적 측면에서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의식 고양과 관련된 사실에 대한 교육, 또한 사회를 재통합하는 데 따르는 노력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발협력의 목표가 일회적, 단편적인 원조가 아닌 장기적인 시스템을 세우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우리 역시 세이렌에게 홀린 나이지리아의 여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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