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명 이상 유럽으로 팔려가
-서아프리카 미신 '주주' 맹신...수렁에 빠져

나이지리아 여성들이 유럽에서 강요된 성매매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유럽에서 나이지리아 여성들의 성매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포주와 직업 여성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찾는 관광객들도 제법 흔히 접할 수 있다.

내부분 나이지리아 남부의 특정 몇 개 주가 고향인 젊은 여성들은 이들을 유럽으로 유혹하는 알선책들에게 굴복하고 만다. 르몽드와 BBC를 비롯한 몇몇 외신의 특파원들은 직업 여성들을 유럽으로 꾀어내는 이 알선책들을 ‘세이렌’으로 비유한다.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선원들을 유혹해 죽음으로 내몬다는 바다 위의 괴물 말이다.

◆ 나이지리아의 세이렌은 소녀들을 유혹해

흔히 이모나 고향 친구로 불리는 이 세이렌들 역시 나이지리아 출신 여성이다. 이들은 “학교교육을 받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으며, 심지어는 유럽에서 결혼도 할 수 있다”는 말로 소녀들을 유혹한다. 이들 역시 성매매 이력이 있다. 그런 이들이 이제는 포주로 변신한다.

2000년대 초반에만 벌써 4만 명이 넘는 나이지리아 여성들이 유럽으로 건너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후에도 이 수치는 계속 증가했다. IOM은 이탈리아는 전체 성매매 여성의 80%가 나이지리아 출신이며, 프랑스에서는 중국이나 동유럽 조직의 규모를 넘어서는 성매매 조직이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이지리아의 소녀들 대부분이 극 빈곤층 출신이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거나 마을에서 쫓겨난 미혼모가 다수다. 단순히 외국에서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도 있다. 성매매 여성들과 교류하는 한 협회에서 ‘인신매매’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바네사 시모니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의 작년 인터뷰에서 포주들을 “이주의 독점권을 소유한 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벨기에의 한 나이지리아 성매매 업소. (사진=Bareta News)

시모니는 “포주들은 단순히 나이지리아를 떠나고 싶어 하는 여성이든, 스스로 성매매를 하러 유럽으로 떠나는 여성이든 모두 그들에게 전적으로 종속되게끔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들 모두는 성매매를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총 7만 유로에 달하는 빚을 갚을 때까지 유럽에서 일해야 한다. 여행경비만 평균 5만 유로다. 몇천 유로에 불과한 여행경비에 엄청난 바가지를 씌우는 셈이다.

게다가 소녀들과 이동책임자들의 프랑스 체류 시 식비, 의복비, 숙박비, 임신 시 낙태비 등 추가금액 또한 엄청나다. 한편 포주들은 소녀들이 유럽에서 증명서를 받을 수 있도록 공식적인 사유서를 작성해주는데, 이 비용 또한 수백 유로다. 

물론 남자 포주들도 있다. ‘바지’들로 불리는 인신매매 중개자들은 인간화물 트럭을 이용해 성매매 중개의 경쟁을 펼친다. 납치된 여성들에겐 미용실이나 슈퍼마켓 같은 일자리를 주겠다고 속인다. 갓 10대 중반의 여성들은 사창가의 좁은 방에서 하룻밤에 20~30명을 상대해야 한다.

◆ 소녀들을 파괴하는 주주 의식 

이런 성적착취의 근간에는 조직화되고 체계화된 종교적 메커니즘이 자리한다. 모든 일은 유럽으로 떠나기 전날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소녀와 그녀의 가족과 친척, 소녀를 유럽으로 데려다줄 포주와 종교 지도자, 무당이 한자리에 모여 의식을 치른다. 이 의식에는 일반적으로 아예랄라가 함께한다.

아예랄라는 도덕과 정의를 상징하는 신이다. 아예랄라의 관례적 권위는 의식이 펼쳐질 때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소속 연구 책임자인 베네딕트 라보-르장드르는 ‘취약계층의 자율성과 보호: 프랑스에서 성매매를 하는 나이지리아 여성들의 사례’라는 연구에서 “아예랄라의 사당에서 행하는 의식은 지역사회 내에서는 실질적 합법성을 부여받았다. 이 의식들은 무시할 수 없는 준사법적, 준제도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주 의식은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성행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Story of a man의 포스터 중 하나. (사진=유튜브 캡쳐)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부두교의 전통 맹세 의식이 진행된다. 맹세의 서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 흔히들 끔찍한 저주가 내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때 소녀의 머리카락이나 털, 손톱은 물론 심지어 생리혈 같은 제물이 필요하다. 이런 제물들은 이제 포주에게 한 맹세를 상징하며, 마마와 그녀의 ‘딸’을 이어주는 계약의 증거물이 된다. 

소녀들이 지켜야 할 맹세에는 이 합의의 내용을 제3자에게 발설하지 않으며, 복종하고, 돈을 지불하겠다는 맹세를 포함한다. 계약을 위반할 경우 단순한 보복 이상의 결과가 발생한다. 주주는 소녀 뿐만 아니라 소녀의 친척들에게 불행이나 질병, 죽음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계약파기로 손해를 본 마마(포주)를 위한 맹세이기도 하다.

이 계약이 합의에 의한 것인지, 강요에 의한 것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스스로 주주 의식에 복종하는 소녀도 있지만,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의식을 거부하는 소녀도 드물지 않게 있다. 또한 저주를 ‘저주’하면서도 빚을 갚는 소녀도 있다. 주주 피해자들에게 주주가 ‘미신’이라는 사실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반(反)인신매매 시민단체 ‘피암 온루스’를 운영하는 이냥 오코콘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선 주주가 그저 미신이지만, 피해자에게 이 저주는 실제적인 공포”라며 “세대를 거쳐 내려온 이 낡은 믿음은 그들이 겪을 수 있는 어떤 폭력보다도 더 강력하게 그들의 정신을 지배한다”고 설명했다.

이 규범들은 연장자에 대한 공경, 주문이나 희생 문화에 대한 존중을 중시한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배우러 온 사람은 아무 대가 없이 일을 해주거나, 장차 일자리를 마련해줄 사람에게 보답을 하는데, 실제로 나이지리아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성매매 조직은 사회 안에 깊이 뿌리내린 관습에 집착한다. 

그러나 성매매를 강요당한 어린 소녀들은 유럽으로 건너온 직후 자신이 처한 현실을 깨닫고,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린다. 경제적 자유도 여권도 모두 빼앗긴 채,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포주와 불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열악한 주거, 견디기 힘든 노동, 돈을 모을 새도 없이 빼내 가는 조직적인 갈취, 시시각각 소녀들을 감시하는 포주의 주변 남성들. 스폰서가 최대한 적은 비용을 투자하기 위해, 소녀들의 시간은 거의 종일 성매매를 하도록 짜여 있다. 

소녀와 스폰서의 관계는 보호와 속박을 교묘하게 결합한, 봉건시대의 주종관계나 다름없다. 이런 관계를 통해 경제적 사회적 종속관계가 유지되며, 주주의식은 영적으로 신성시되고 정당화된다. 성매매와 학대를 피해 도망친 이들은 환각, 공황발작, 불면증 등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린다.

심리치료사들에 따르면 증상의 원인은 인신매매 과정에서 겪은 학대지만, 피해자들은 이런 피해마저도 자신들이 주주의 저주에서 풀려나지 못해 겪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아예 단념해 치료와 식사를 거부하는 일도 흔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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