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뇌파 연구로 밝혀

재즈 피아노를 잘 연주하는 사람이 클래식 피아노도 전문적으로 연주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반대는 가능할까?

두 분야의 음악을 동시에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전혀 없지는 않다. 대표적인 연주가가 키스 자렛(Keith Jarret)이다.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키스 자렛(Keith Jarret)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번의 콘서트에서 재즈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동시에 연주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때 자렛은 이렇게 답변했다.

“아닙니다. 그건 아주 우스워질거에요. 실제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회로가 달라요. 사람 시스템이 두 가지 일을 하는 데는 다른 회로를 요구하거든요.”

피아니스트 30명을 대상으로 뇌파실험을 했더니, 재즈 피아니스트와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두뇌를 사용하는 회로가 다른 것이 드러났다.

재즈 피아니스트 ⓒPixabay

음악가의 두뇌는 음악가가 아닌 사람의 두뇌와 다르지만, 음악가라고 해서 두뇌가 비슷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두뇌활동이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정교하게 조정되는 것을 발견했다. 재즈 피아니스트의 두뇌활동은 클래식 피아니스트와 달랐으며 심지어 같은 악보를 연주할 때도 다르게 나타났다.

피아니스트 30명 두뇌활동 조사 

독일 라이프치히의 막스플랑크 인간인지및두뇌과학(MPI CBS) 연구소 과학자들은 최근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뉴로이미지(NeuroImage)저널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30명의 전문 피아니스트들을 조사했는데 이 중 절반은 최소한 2년동안 재즈를 전문적으로 연주했으며, 다른 절반은 클래식 음악을 훈련받았다.

연구팀은 피아노에 앉은 연주자 앞에 컴퓨터 모니터를 배치했다. 모니터에는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나온다.

피아니스트는 모니터에 나오는 코드대로 마치 피아노를 치듯 건반을 눌렀다. 말하자면, 악보를 보고 치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에 나타난 피아노 코드 대로 피아노를 연주하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을 방해하는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소리가 나지 않는 피아노를 사용했으며, 모니터의 스피커도 소리 안나게 차단했다.

이러는 동안 머리에 씌운 EEG(electroencephalography) 센서가 뇌파신호를 기록했다.

그랬더니 재즈 피아니스트의 뇌파 신호기록과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뇌파 신호 기록이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프로음악가라면, 재즈나 클래식 같이 다른 양식 사이를 오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 십 년 경험을 가진 전문가에게도 그 같은 전환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그렇게 쉽지 않다.

이런 이유는 두 가지 음악 양식이 음악가들에게 서로 다른 것을 요구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것이 아마도 두뇌안에서 두 양식 사이를 전환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고 연구팀의 다니엘라 샘를러(Daniela Sammler)는 말했다.

두 종류의 음악가 사이의 한 가지 중요한 차이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운지법을 머리속에서 계획하는 방식이다. 어떤 형식인지는 상관없이 피아니스트는 기본적으로 그들이 무엇을 연주하려는 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연주자들은 자신이 어떤 키를 눌러야 하는지,  어떤 손가락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아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리 안나는 피아노를 모니터 대로 연주한다. ⓒMPI CBS

소리 안나는 피아노를 모니터 대로 연주한다. MPI CBS

이번 연구에 따르면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은 그들의 연주를 두 번째 단계에 집중한다. 다시 말해 ‘어떻게’에 집중한다. 클래식 음악가들은 완벽하게 악보를 연주하는 것에 집중한다. 우선 연주기교가 완벽해야 한다. 여기에 개인적인 표현력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연주한다. 그러므로 어떤 손가락을 선택하느냐 하는 운지법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반대로 재즈 피아니스트에게는 ‘무엇을’에 더 집중한다. 재즈피아니스트는 즉흥성이 중요하므로 예상하지 못한 화음을 창조하려고 연주하는 것이다.

재즈 피아니스트의 두뇌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두뇌보다 더 빨리 행동을 짜기 시작했다. 이같은 반응은 머리 뒤쪽에 달린 EEG센서에 의해 측정됐는데, 이 센서는 행동계획을 담당하는 두뇌영영과 관련된 두뇌신호를 감지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로베르타 비안코(Roberta Bianco)는 “재즈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 즉흥성을 발휘하기 위한 신경회로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재즈는 ‘즉흥성 먼저’, 클래식은 ‘운지법 먼저’ 

재즈 피아니스트에게 예상하지 못한 코드를 화음있게 연주하라고 요구할 때, 재즈 피아니스트의 두뇌는 클래식 피아니스트 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운지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빠르게 계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즈 피아니스트는 변화에 좀 더 반응할 수 있었으며 연주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은 평소와는 다른 운지법을 따를때 재즈피아니스트들보다 더 잘 연주했다. 이런 경우에 그들의 두뇌는 문지법을 더욱 강력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은 코드를 따라할 때 더 적은 실수를 저질렀다.

재즈 피아니스트와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뇌파기록 ⓒ MPI CBS

재즈 피아니스트와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뇌파기록 ⓒ MPI CBS

샘믈러는 “이런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주변환경의 요구에 사람의 두뇌가 얼마나 정확하게 적응하는지를 풀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음악을 연주할 때 두뇌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려면, 한 가지 종류의 음악에만 집중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음악의 종류에 따라 두뇌 회로의 활동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서양 클래식 음악만이 기준이 될 수 없다.

샘믈러는 “좀 더 큰 그림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종류의 공통분모를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샘믈러는 한 발 더 나아가, 언어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언어를 처리하는 두뇌에서 자연언어를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려면, 한 두 나라 언어만 가지고 연구를 제한할 수 없다고 샘믈러는 말했다.

<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