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 슈퍼유전자

과학은 모순과 궤변과 독선으로 가득하다. 과학은 매우 불안정하며 특히 침소봉대하는데 능하다. 과학은 특히 편협하다.

왜냐하면, 과학은 항상 부정당하기 때문이고, 좁은 시야를 가지고 사물을 분석하면서 가장 큰 약점은 ‘보이는 것’만 가지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과학지식이 계속 쌓이는 것은 역설적으로 과학적 지식의 불완전성을 말해준다. 오늘 발견한 지식은 언젠가는 부정당할 것이다.

‘슈퍼유전자’(Super Genes)은 유전학에 대한 기존의 많은 진실을 뛰어넘기 위해 쓴 책 같다. 이 책은 ‘후생유전학’(epigenetics)을 주로 다루는데, 후생을 의미하는 epi-는 뛰어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유전자의 역할을 축소하는 ‘후생유전학’    

후생유전학은 물려받은 유전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속속 밝혀주고 있다. 사실 유전자의 많은 부분은 아직도 베일 속에 가려서 깊은 내용이 다 파악이 되지 않는다. 유전자에 기록된 유전정보는 후천적인 내용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후생유전학의 골자이다.

그렇다면 슈퍼유전자는 무엇일까? 모든 유전자를 작동시키거나 중지시키고 활성을 높이거나 억제하는 스위치가 존재한다. 저자는 이 스위치를 원천적으로 ‘후생유전체’가 통제한다고 주장한다.

이 유전체 스위치 중 대표적인 것은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메틸기’와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는 ‘아세틸기’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스위치는 바로 사람의 마음, 행동, 습관, 음식, 의지 등이라는 것이 후생유전학의 주장이다.

디팩 초프라, 루돌프 탄지 지음. 김보은 옮김 / 한문화 값 22,000원

이 책에서 유전자와 함께 많이 등장하는 내용은 미생물이다. 한 사람의 인체에는 100조 개(최근에는 이 숫자를 50~60조로 보기도 한다)나 되는 엄청난 미생물이 살고 있음이 들어나면서 미생물의 역할에 대한 논문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크론병을 비롯한 일부 질병은 대변으로 치료하면 매우 효과가 높아서 예외적으로 인정받는 기능이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와 루돌프 탄지(Rudolph Tanzi)는 의사이면서 신경과학자이다. 이들은 후생유전학을 조금 더 밀고 가서 ‘신유전학’이란 이름을 붙였다.

신유전학은 마음과 의지와 생각과 행동과 습관이 뇌를 움직이고 세포를 움직이고 결국 유전자를 움직인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발견을 열거했다. 좋은 유전자 나쁜 유전자는 없다고 말한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신유전학’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저자인‘슈퍼유전자’에 소개한 사람 중 한 명은 의사이면서 사회과학자인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Nicholas Christachis)이다. 크리스타키스는 “문화가 우리 유전자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사람은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역사적’ 압력 아래 ‘실시간으로’ 진화한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주장은 ‘사회적, 역사적’이라는 부분이다. 인간의 선택적인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실시간으로 진화’한다는 주장 역시 사회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에 의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가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인류학자 존 혹스(John Hawks)는 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간의 적응이 지난 ‘4만 년’ 동안 가속화했으며, ‘긍정적 선택’이 늘었다고 주장한다. 4만년이라는 기간은 진화관점에서 보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이다. ‘긍정적 선택’은 다윈의 무작위적인 ‘자연선택’에 대항한 의지적인 선택을 말한다.

‘보상적 2차 돌연변이’(Compensatory secondary mutation) 현상도 ‘슈퍼유전자’가 제시한 유전자의 의지적인 작용을 보여준다. 유전자의 모든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2013년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효모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돌연변이를 일부러 삽입했다. 그랬더니 즉시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나 성장을 정상으로 되돌렸다. 이것을 보상적 2차 돌연변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들이 주장하는 신유전학은 ‘어떻게 유전자가 우리를 돕게 할 것인지 방법을 깨우치는 것’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물질의 보이는 측면을 다루는 과학의 입장에서 사람의 정서와 사랑의 감정과 부모자식 사이의 유대감을 설명하려는 실험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엄마가 아기를 더욱 정성스럽게 돌보는 이유는, 그럴 때 엄마에게 쾌감을 주는 호르몬이 나오는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이 책은 반대방향에서 설명을 시도하는데 그래서 사람에게 더욱 쉽고 익숙하게 들린다.

마음, 의지, 습관, 행동, 음식이 유전자를 조종

이 책은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다 겪은 뒤, 결국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에게 매우 매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대체로 성공은 노력과 근면과 도덕적으로 깨끗한 삶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과 이타적인 자세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너무나 고리타분하게 들리던 어른들의 케케묵은 가르침 예컨대 ‘마음먹기에 달렸다’든지 ‘착하게 살자’는 도덕률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진지를 뒤늦게 확인하는 사람의 깨달음을 지지해준다.

그러나 과연 마음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동 저자도 과학적 설명은 하지 못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책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기가 경험한 만큼 자기 방식대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아직은 ‘과학적’으로 논할 단계는 아닐 것이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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