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브랜드 생활용품 ⓒ이마트몰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보호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통한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일자리 창출효과가 기대되는데 반해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는 선택폭이 축소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신세계의 자체 기획 브랜드인 ‘노브랜드’는 양질의 생활용품을 싼 값에 공급,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진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많은 슈퍼마켓들이 유통재벌 신세계의 골목상권 침해로 생존권을 잃고 있다면서 신세계를 규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대형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특히 어느 유통재벌보다 골목상권 침해에 앞장서고 있는 신세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가 주목된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목상권 침해 문제로 최근 부천 신세계 복합쇼핑몰 건립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는 신세계가 최근 몇년간 '노브랜드'로 골목상권을 위협하자 삶의 터전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동네 슈퍼마켓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전국 52개 수퍼마켓협동조합으로 구성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얼마 전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탈 규탄 대회'를 열고 신세계 이마트와 현대, 롯데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선언했다.

특히 이들은 신세계가 자체 기획 브랜드(PL)인 '노브랜드'와 편의점 '위드미'를 통해 골목 상권 장악에 가속도를 붙이는 바람에 수 많은 동네슈퍼마켓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생존권을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신세계 이마트를 정조준하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은 신세계의 노브랜드로 인해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해 장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노브랜드는 국내 제조업체와의 아웃소싱을 통해 중간 유통 마진을 제거해 시중보다 60~70%의 저렴하게 만든 이마트 자체 상품이다.

신세계는 지난 2015년 변기시트와 와이퍼 등 9개 제품을 시작으로 노브랜드 상품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에는 무려 900여 가지에 달하는 많은 상품을 선보이면서 동네슈퍼들은 경쟁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마트는 2015년 4월 노브랜드 상품만을 판매하는 전문점을 오픈해 현재 30곳을 운영 중이며 오는 2020년까지 100곳으로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노브랜드는 특히 기존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나 쇼핑몰, 아울렛 등에서 숍인숍 등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신세계가 3년 내 점포수를 5천개로 늘리겠다는 이마트 편의점 ‘위드미’까지 노브랜드 제품을 판매할 경우 동네 슈퍼들은 무더기로 문을 닫아야하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골목상권보호 정책을 추진할 것을 들고 나온 것과 때를 같이하여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한 영세상인들은 신세계의 골목상권 침해가 너무 심하다고 규탄하면서 현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갑봉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장은 지난 23일 가진 규탄대회에서 “신세계는 대형마트인 이마트에 한계가 생기니 아웃렛이라는 이름으로 하남시에는 스타필드, 경기도 시흥시에는 프리미엄 아웃렛을 세워 주변의 지역상권을 집어삼켰다. 그뿐 아니라 노브랜드라는 자체 기획 브랜드(PL)를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에 끼워 넣어 동네 상권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마트 노브랜드의 건전지와 감자칩, 물티슈 등은 모두 동네 슈퍼마켓의 주력 품목이다. 신세계가 노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밀어내면 동네 상권은 죽을 수밖에 없다. 정부나 국회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동네 슈퍼와 골목상권을 고사시키는 모든 대기업은 골목에서 떠나라"며 신규 점포 허가제, 주변 상권에 대한 사전영향평가제 도입, 동네 수퍼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제 확대 등을 주장했다.

지난 2015년에 시작된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품은 값은 싸고 품질은 좋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측면은 있다. 이마트는 브랜드를 과감히 버리면서 상품의 최우선 가치를 품질과 가격에 둔 초저가 상품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노브랜드를 기획했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노브랜드는 상품군 최저가격 개발을 위해 단량 통일, 판매채널 다양화를 통한 계약물량 확대, 기능 최적화 등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했다. 소비자 편익을 크게 증진한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골목 상권을 지키기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 제한을 강화하자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며, "동네 수퍼 뿐 아니라 납품업체도 소상공인인 만큼 진정한 상생 방안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에 의한 골목상권 침해의 폐해가 클 뿐더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골목상권보호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복합쇼핑몰 입지 제한과 의무 휴업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대기업의 젊은 총수들이 한 일이 머릿속에 별로 떠오르지 않는데, 굳이 떠올린다면 골목상권 침범"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 후보자는 "(대기업들이)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골목으로 많이 들어오지 말길 바란다"면서 "그렇게 되도록 저희들도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임기 초반 가맹본부의 '갑질' 문제 등 골목상권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세계가 노브랜드를 통해 어느 정도 소비자 편익을 증진한 측면은 있지만 골목상권에 진출해 영세상인들을 몰아내고 그 상권을 차지해 이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등의 피해는 소비자 편익증진에 견줄 바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신세계의 노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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