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미흡한 대처가 피해 1조억대로 키워…수사력·정보망 갖춘 경찰 수사권 보장 돼야

▲이무영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고위 간부 출신 553명은 지난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성명 발표를 갖고 "경찰의 수사권 독립 보장"을 촉구했다. ⓒ 러브즈뷰티DB

[데일리비즈온 이동훈 기자] 1조 1천억 원대 금융 피해자를 낳은 ‘IDS홀딩스 사건’이 검찰로부터의 경찰 수사권 독립 주장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26일 경찰청 수사국에 따르면 이무열 전 경찰청장 등 경찰관 고위 간부 출신 553명은 지난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IDS홀딩스’ 등 다단계 금융사기업 과정에서의 검찰 대처 미흡을 지적, 경찰 수사권 독립을 통한 공정한 수사를 이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조규수 무궁화클럽 퇴직 경찰관 공동대표 겸 한국NGO연합 사법감시배심원은 “경찰은 검찰보다 훨씬 많은 수사 인력, 전국 혹은 국제적 정보망을 갖추고 있다”며, “경찰이 수사권을 가졌다면 IDS홀딩스 사건의 피해 규모는 1조원대가 아닌 600억 미만으로 막을 수 있었다”고 확신했다.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 불리는 IDS홀딩스 사건은 전형적인 유사수신행위 행태를 보인다.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는 지난 2008년 국내외 선물거래를 교육하는 IDS홀딩스의 전신 IDS아카데미를 차렸다. 그는 2011년부터 해외 법인들을 통해 FX마진거래를 중개했다. FX마진거래는 여러 외국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아 환차익을 얻는 상품이다.

IDS홀딩스는 2012년부터 홍콩 FX마진론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자에게는 월 2~3%의 수익과 1년 뒤 100% 원금을 보장을 약속하는 유사수신행위를 했다고 피해자들은 진술한다. 하지만 IDS홀딩스측이 FX마진론을 위해 홍콩으로 보낸 돈은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김 대표가 재판을 받는 중에도 IDS홀딩스가 같은 방식의 영업을 계속해왔다는 점이다.이 사건을 파헤쳐온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IDS홀딩스가 현재까지 지속된 영업 활동을 통해 피해자 1만207명, 피해액 1조 960억24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검찰이 김 씨를 불구속 기소를 하는 바람에 IDS홀딩스가 계속 사기행각을 벌여 사기규모가 672억 원에서 1조 1천억 원대로 불어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이 단체는 주장한다.

특히 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을 비롯한 인사들이 지난 2014년 9월 17일 이전한 IDS 홀딩스 본사 사무실 앞으로 축하화환들을 보내면서 피해 규모를 확산시켰다.

IDS홀딩스에 투자해 수십억을 잃고 전재산을 잃은 조 모 씨는 “거물급 인사들의 축하 화환들이 즐비해 IDS홀딩스의 사기행각을 의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를 믿고 투자하다가 사기당한 피해자들도 상당수”라고 회고했다. 

조 씨는 또 “더욱이 2015년 IDS홀딩스 모집책은 회사 대표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투자자 중에 검사도 있어 안심하라’고 종용하기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이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 5명이 재산을 잃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IDS홀딩스 사건으로 이혼까지 했다는 익명의 또 다른 피해자는 “이 사건의 초기 수사를 진행하던 송파구 경찰서 형사들은 밤새도록 이 사건에 매달리면서 대다수의 피해 사실을 밝혀내고, 수시로 피해자들과 연락을 취했다”며 “어찌된 일인지 검찰로 넘어가면서 지지부진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에 한 현직 경찰 수사관은 “다단계금융사기 같은 지능형 범죄 혐의의 경우 막대한 인원과 정보망 뿐만 아닌 피의자들 다수가 해외로 돈을 유출하기 마련이기에 국제 수사망과의 공조도 갖춰야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하다”며 “그러나 수사지휘권이 검찰에 있기 때문에 경찰이 이런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푸념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의 이민석 변호사는 “IDS홀딩스의 김성훈 대표는 2014년 9월 25일 기소돼 2016년 8월 29일까지 2년 동안 672억원의 사기로 재판을 받았다”며, “김 대표는 672억원의 사기로 재판받는 2년 동안 검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1만2천명의 피해자들로부터 1조 968억원의 사기를 칠 수 있었다”며 검찰에 의혹어린 시선을 보냈다. 

검찰 출신 법조인도 검찰의 수사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한다. 한 전직 검찰 출신 법조인은 “대다수 검사들은 하루에도 수백 건의 기소 건 등을 처리해야하기에 제대로 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무리도 있다”며 “이런 사정이다보니 간혹 앞뒤가 맞지 않는 날림 수사를 할 때도 있다”고 실토했다.

현재 전·현직 경찰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선언을 통해 경찰의 독립적 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이무영 전 경찰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경찰은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은 기소권만을 갖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필요하다”며 “문재인 후보도 정권 출발 1년 안에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시켜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세옥 전 경찰청장도 “범죄수사의 98%를 경찰이 담당하면서도 검찰의 수사지휘라는 구시대적 수사체계로 인해 경찰은 무기력해 질 수 밖에 없었다”며, “특히 이러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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