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마케팅에 지난해 60억 영업적자 내 실적악화…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임직원 임금삭감

▲임지선 대표 ⓒ보해양조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주류기업 보해양조가 최근 실적 악화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체 임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면서 ‘위기설’에 휘말렸다.

오너 3세인 임지선 대표는 2015년 11월 취임 전후로 저도수 소주 ‘아홉시반’과 탄산주 ‘부라더#소다’ 등 부라더시리즈를 개발해 보해양조에 젊은 감각을 부여하는 동시에 주류계 새바람을 일으켰지만, 이내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모두 반짝 흥행에 그쳤다.

임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지 1년여 만에 ‘영업적자’라는 초라한 성적과 사상 초유의 전체 임직원 임금삭감으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그의 경영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주류 관련 업계에 따르면 28일 보해양조 임직원 400여명은 내수침체와 ‘청탁금지법’ 영향,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등으로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는 데 따라 경영실적 개선을 위해 자발적인 임금 반납을 결정했다. 사실상의 임금 삭감이다.

보해양조의 지난해 매출액은 1155억 원으로 전년보다 6.7% 줄었다. 영업손실은 60억 원으로 지난 2011년 창해에탄올에 인수된 뒤 처음 적자전환했고 순손실 역시 90억 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임직원들이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자발적인 임금 반납을 결정, 현재 임원진은 20~30%, 직원은 10%의 임금을 반납하고 있다.

보해양조측은 연말까지 임금 반납을 한 뒤 경영실적이 개선되면 반납한 임금을 되돌려 줄 계획이다.

임 대표는 1985년생 젊은 여성기업인으로, 창해에탄올(보해양조 모회사) 임성우 회장의 맏딸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한 후 파나소닉 인사팀장을 거쳐 창해에탄올 상무이사로 보해양조에 합류했다. 2015년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해 3세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홉시반’, ‘부라더#소다’, ‘술탄 오브 콜라’ 등 독특한 제품 네이밍과 신선한 제품 개발, 이색적인 홍보 등 젊은 마케팅 감각으로 주목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해양조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무리한 마케팅 비용을 꼽는다. 임 대표는 트렌디한 제품 출시와 이색적인 마케팅으로 보해양조에 젊은 감각을 불어넣어 시장의 호응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투자한 비용만큼 회수하지 못했다. 걸스데이 출신의 가수 겸 배우 혜리와 방송인 김제동 등 유명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위기를 타개하려했지만 내수침체와 소비자 트렌드 변화로 신제품 판매량이 급감, 마케팅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적자전환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광고선전비는 74억 원으로 전년 동기인 42억 원보다 76.2%나 증가했다. 줄어드는 판매 실적을 홍보로 메우려다가 적자 폭이 더욱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공략에 집중하느라 안방인 호남지역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있다. 1990년대 약 90%에 육박했던 광주와 전남 지역의 시장점유율은 하이트진로에 밀려 현재 약 50%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4년 출시된 수도권 공략 저도수 소주 ‘아홉시반’이 판매율 부진으로 3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키로 결정, 호남지역 주력소주인 ‘잎새주’ 실적도 부진했다. 보해양조는 광주·호남시장 점유율 하락을 회복하기 위해 수도권 인력을 축소, 남은 인력을 지방으로 재배치하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지난해 8월 잎새주 도수를 19도에서 18.5도로 내린 데 이어 최근 17.8도로 다시 낮춘 것은 17.8도인 하이트진로의 저도수 소주 ‘참이슬’ 등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임 대표의 공격적, 이색적인 홍보 마케팅 전략의 효과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확실한 것은 시도하는 것마다 세간의 이목을 '반짝' 집중시킨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파격행보로 보해양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유 전 장관의 영입 소식이 알려진 지난 3일 보해양조 홈페이지는 폭발적인 관심에 다운되기도 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은 유 전 장관 영입효과가 지속돼 적자로 고전 중인 보해양조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위기설'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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