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브랜드 CU서 노동자사망 석달째…도의적책임 주장하는 유족 공개사과요구에도 '묵묵부답'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지난해 12월 경북의 CU편의점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취객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데 따라 유족과 시민단체가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으나, 본사인 BGF리테일이 사건 발생 100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자사 편의점 브랜드 CU(씨유) 매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유족의 면담요청도 거부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가맹점주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유통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경북 경산의 CU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30대 노동자가 봉투값 20원을 내라는 말에 격분한 취객으로부터 흉기로 살해당했다.

유족에게는 이미 고인의 산업재해 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점포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도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위로금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가맹본부인 BGF리테일은 자사 편의점 브랜드 매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고인의 빈소 조문은커녕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인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있어 미흡한 대처로 비판을 받고 있다.

유족과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등은 ‘경산CU편의점사건 해결을 위한 모임’을 구성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CU편의점 본사인 BGF리테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석조 회장과 박재구 사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유족이 먼저 가맹점주를 통해 BGF리테일측에 연락을 했으나, BGF리테일은 소통을 고의로 차단하는 태도를 보였다. 알바노조가 사건 다음날 BGF리테일 앞에서 연 기자회견 자리에서 본사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고 피해자측과 긴밀한 연락을 하겠다는 본사 홍보팀의 답변을 들었으나, 이후 본사측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재보험 보상금 문제도 본사가 아닌 가맹점주를 통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들은 이번 사건이 광범위한 야간노동으로 많은 수익을 내면서도 알바노동자들의 위험을 방관, 소홀한 안전대책의 결과라며 안전대책 마련과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과 박재구 사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비공개면담을 요구하는 BGF리테일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면담은 끝내 결렬됐고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알바노조는 지난 3년 동안 편의점에서 살인, 강도, 강간, 강제추행 등 1000건의 강력범죄가 있었고 일하다 살해당할 수 있는 직장은 정상적이지 않다면서 "돈은 본사가 벌고 위험은 알바가 진다"고 지적했다.

유족측은 가맹본부인 BGF리테일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BGF리테일측은 이번 살인사건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가맹점주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BGF리테일의 미온한 대처에 피해자 유족과 알바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경산CU편의점사건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29일부터 BGF리테일 본사 사옥 앞에서 BGF리테일의 사과와 대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가맹점에서의 산재처리만 진행됐을 뿐 본사 차원의 공식 입장 표명과 아르바이트생을 보호하는 안전대책은 감감무소식이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BGF리테일의 낮은 인권의식과 가맹점주 인력관리 지휘감독의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족의 요구사항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면담이 진행되지 않았으며, 시점과 내용에 대해 고심 중”이라며, 정확한 시점은 확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맹점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본사 차원에서 근무환경 등 개선, 보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BGF리테일의 과거 가맹점주 ‘갑질’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BGF리테일은 2012년 8월 일본 브랜드인 ‘훼미리마트’에서 독자브랜드인 ‘CU’로 간판을 바꾸면서 가맹주들과 법적 공방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었다. 2013년에는 본사의 불공정계약과 무차별 점포 확장 등으로 인한 매출 부진과 폐점 문제로 본사와 갈등을 빚던 가맹주 3명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BGF리테일의 ‘갑질’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기도 했다.

또한 자살한 한 가맹점주의 사망 원인이 지병인 심근경색이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가 사망진단서 조작 논란을 불러 일으켜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다.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박재구 사장 등 경영진이 대국민사과를 하고 ‘상생협의회’를 출범하는 등 상생경영을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BGF리테일의 홍석조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외삼촌으로, 이 부회장의 모친 홍라희 씨가 누나다. 지난 18일 돌연 사임을 발표한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그의 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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