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고문 '임직원 무상 증여' 이면엔 오너 3세 편법승계 '물타기용' 비판도

▲김상헌 고문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부동의 믹스커피 1위 회사’ 동서식품을 자회사로 둔 동서그룹의 김상헌 고문이 6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임직원들에게 9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무상 증여한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임직원 무상 증여를 통해 직원들의 애사심과 주인의식을 고취시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란 비판적 시각이 없지 않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고문이 지난 15일 우리사주조합과 임직원 104명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 36만6912주를 무상증여했다. 증여 당일 종가(2만5350원) 기준으로 93억122만원 어치다.

당초 김 고문은 43만2912주를 내놨지만, 이중 동서식품에 대한 6만6000주 증여는 16일 취소했다.

김 고문은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무상 증여는 그가 회장직에 오르던 2011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1년 3차례에 걸쳐 우리사주조합과 계열사 임원 등에게 40만9431주(155억원)를 증여했고 2012년 155만8444주(502억원), 2013년 45만2주(123억원)을 나눠줬다. 올해 증여한 주식 36만6912주(93억122만원)까지 합치면 총 278만4789주로, 872억원 규모에 달한다.

무상 증여로 인해 지난해 10월 기준 동서 주식 2027만주(20.33%)를 보유하고 있던 김 고문의 지분은 19.96%로 낮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김 고문의 동생이자 2대주주인 김석수 회장(19.48%)과의 지분 차이는 0.48%로 좁혀졌다.

김 고문은 2014년 3월까지 동서 회장직에 있다가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최대 주주로 남았다. 현재 아들인 김종희 동서 전무의 3세 후계 승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김 고문은 현재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서가 임직원들에 주식을 무상 증여해 현재 김 고문 등 오너일가를 포함해 총 42명이 최대주주 명단에 등재돼 있지만, 실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대부분이라서 사실상 지배구조에는 큰 영향이 없다. 그동안 지적돼 온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부의 편법승계를 ‘물타기’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있다.

동서는 최대주주인 김 고문 등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 67% 이상인 가족기업이다. 김 고문의 아내 한혜연 씨, 장남 김종희 전무, 장녀 김은정 씨, 차녀 김정민 씨 등 김 고문 가족의 총 지분율이 약 41%다. 동생 김석수 회장 가족이 보유한 지분도 도합 25% 이상이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 5140억원, 당기순이익 1223억원을 올렸는데 총 665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이 54%를 기록했다. 동서는 2003년 배당을 실시한 이후 13년 동안 배당총액을 꾸준히 늘려오다가 경영 실적 악화로 올해 처음으로 전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하지만 순이익 규모와 비교한 배당성향은 꾸준히 증가해 2014년 45% 수준에서 2016년 54% 수준으로 2년 만에 10% 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동서는 소액주주가 적고 오너일가의 주식비중이 높은 탓에 고배당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한 해동안 배당금 665억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약 445억원이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의 알짜배기 비상장계열사 동서식품 지분의 50%를 소유하고 있다. 동서식품이 그룹 내 총 매출액의 70%에 육박하는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정체 등으로 최근 3년 간 매출이 줄고 있는 추세다. 동서식품의 실적 감소에도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것은 지분율이 높은 오너일가가 배당금을 두둑하게 챙기기 위함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김 고문의 아들 김종희 전무가 대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 성제개발의 내부거래 비중이 65.1%에 달하는 것과 관련 ‘일감 몰아주기’ 수혜를 받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성제개발의 대부분 매출은 동서식품 등 계열사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2014년에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불법·편법 증여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고문의 가족기업 일감 몰아주기, 자사주 매도행진, 고배당이 ‘오너 3세’ 김종희 전무의 승계 작업을 위한 포석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종희 전무의 동서 지분율은 김 고문의 주식 증여와 장내 매수 등을 통해 꾸준히 늘어 10.42%까지 상승, 현재 부친 김 고문과 작은 아버지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거액의 배당금이 김종희 전무의 승계 작업에 필요한 증여세 등 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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