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는 금융규제로는 신불자 양산으로 해결 어려워 주거·가계소득 접근으로 해법 찾아야
생산성을 갖춘 재정정책의 중요성 강조…대우조선 문제는 부수면 재구축 어려운 점 고려해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민간싱크탱크 여시재 이사장)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민간싱크탱크 여시재 이사장)는 박근혜 대통령 파면 뒤 한국사회는 어떤 미래를 꿈꾸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새로운 역동성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견고한 기득권 체제에 균열을 내고 박정희 시대의 유산인 재벌 중심 경제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이익 배분에만 치중돼 있던 정책 관점을 사회안전망 확충 쪽으로 돌리면 다양한 시장 경제의 주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전 부총리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와의 대담집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과 경제 현안을 두루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경제가 저성장으로 고착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 뒤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기준으로는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진실에 가깝다”면서 현실 적합성을 꼽았다.

그는 우리경제가 당면한 현안 중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계부채라며, 이 문제를 금융관점의 규제로만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규제로 가계부채 관리를 할 경우 ‘밀어내기’가 되는데 은행권에서 돈을 구하지 못한 고객은 저축은행을 찾게 되고 여기서 밀린 고객은 다시 대부회사서 고리의 대출을 받아 상환을 못하게 되면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가계부채가 폭탄을 터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 부총리는 가계부채 문제는 주택과 자영업, 저임금의 문제라면서 빚내서 집을 살 수밖에 없는 30~40대의 주거 문제, 소비 여력에 미치지 못하는 가계소득, 위험에 노출된 영세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가계부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택 문제는 정부 매입임대 등으로 주거 부담을 덜고 소득이 모자라 가계부채가 일어났다는 측면에선 근로의욕을 상실시키지 않으면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세 자영업자 문제도 보조금 정책만으로는 문제가 끊임없이 되풀이될 뿐”이라면서 정부가 사회안전망으로 해결했어야 할 영역을 가계부채로 떠밀었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 전 부총리는 국가부채가 위험수위에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아직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면서 정부의 재정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감당할 부채의 수준은 국내총생산(GDP)의 200~300%까지는 된다”며 중요한 것은 부채의 성격이 생산성을 갖춘 것이면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우리 국가채무비율(일반정부 부채)은 지난해 기준으로 40%대 중반으로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115%(2015년 기준) 안팎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우리의 재정 여력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과 관련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 지원이 금융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어가고 결손을 정부가 메우거나 대우조선을 정리함으로써 일어나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느냐는 선택의 문제”라며, “어느 것이 미래를 위해 보다 경쟁력이 있느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진해운 사례를 들며, “사업성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기존의 해운 물류 네트워크를 부수면 재구축이 얼마나 힘드냐”며 “같은 의미에서 대우조선해양도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대통령 탄핵이 향후 한국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 제왕적 대통령, 재벌 중심 성장, 기득권 세습 사회로 두텁게 쌓인 사회적 모순이 곪아서 터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 상황의 큰 물이 바뀌는 상황에서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의욕 과잉의 정책을 밀어붙이면 오히려 더 상황이 안 좋아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탄핵으로 정치적 리더십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웨이트 앤 시’(wait and see)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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