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BBQ 가격인상 방침에 제재 '회초리'들자 업계 "정부 개입 부적절" 반발
일각에선 하림 등 "정부 지원받고 AI방역 뒷전"이면서 가격규제 타령이라고 비판

▲김홍국 회장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최근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치킨가격 인상 움직임에 개입하자 일부 축산 및 치킨유통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홍국 회장은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BBQ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정부가 개입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이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 NS홈쇼핑 별관에서 열린 ‘나폴레옹 갤러리’ 개관식 자리에서 “정부가 치킨가격에 간섭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워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대기업 규제가 제일 많다”며, “과도한 규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정부의 시장개입은 신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BBQ가 치킨 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정부가 세무조사 및 공정거래법 위반여부 조사 등을 언급하며 강력하게 자제 요청을 한 것을 두고 작심하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가 하림의 육용종계 농장에서도 발생한 것과 관련 “AI 발생 356개 농장 가운데 하림 산하는 3곳”이라며, “시장 선도 업체다보니 굉장히 많이 나온 걸로 생각하는 것 같다. 1%도 안 돼 결과적으로 우리가 방어를 잘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앞서 BBQ는 AI, 임대료·인건비 상승, 배달앱 수수료(마리당 약 900원) 등을 거론하며 가맹점주들의 손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치킨가격 10% 인상을 추진해오다가 '세무조사 카드'를 내 건 정부의 엄포에 마지못해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인상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기보다는 보류한 상태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정부 개입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BBQ가 AI 등을 핑계로 치킨 가격을 인상하려한다는 소식에 여론도 악화해 최근 불매 운동까지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가와 치킨업계에서는 하림을 비롯한 축산기업들이 AI방역을 허술하게 해놓고 AI로 인한 닭고기값 인상의 수혜만 가져간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하림 등 축산기업에 AI 확산의 과실이 일정 부분있다고 판단하고 방역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과태료를 무는 형태로 대기업 계약 농가 방역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중소 양계 농장의 닭들은 대부분 대기업 양계기업에 편입된 상황이다. 하림을 비롯해 마니커, 체리부로, 사조 등 국내 대형 닭·오리 관련 업체들은 계열화사업을 통해 개별농장과 계약해 사육부터 도축·유통·판매까지 일괄 운영하고 있다. 이 계열화 업체들은 유통구조 개선과 시설 현대화 등의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해마다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저리로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지난 2012년 국정감사에서 중소‧중견기업이던 시절인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총 2016억원의 축산경영종합자금을 농식품부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업체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자사 이윤 불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또한, 사상 초유의 AI 사태로 인한 AI 보상금도 피해 농가가 아닌 하림 등 축산 대기업들에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말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살처분 보상금은 닭 소유주인 하림, 동우와 같은 계열기업들에 주어지고 계열기업은 통상 받은 보상금 중 20% 정도를 농가에 떼어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림은 농가로부터 위탁계약 형태로 닭을 공급받기 때문에 AI 여파에도 그 계열기업들은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 AI 사태로 육계 공급이 10~15% 감소한 반면 가격은 그 이상으로 치솟은 영향 때문이다. 닭고기 값 인상분이 그대로 실적에 반영돼 하림은 올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전망이다. 업계 1위인 하림이 AI 수혜를 톡톡히 보고도 방역 책임은 나몰라라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 확산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으로 농가의 피해가 막심한 데 하림과 같은 계열기업들이 살처분 보상금까지 챙겼다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AI파동의 최대 수혜자는 닭고기 계열화 사업을 추진하는 대기업”이라며, “이제 이들 기업이 고통과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림은 설립 30년 만인 지난해 4월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으나, 9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자산 총액 기준이 기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되면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팬오션 합병으로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어 오는 5월 대기업으로 재 지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16일 개관식에서 김 회장이 ‘정부의 기업 규제 완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은 5월 대기업집단 재지정을 앞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림이 대기업 집단으로 재지정되면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채무 보증 등 수많은 규제를 받게 된다. 대기업 집단 지정에 따른 규제 강화로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김 회장이 해당 발언을 통해 정부 정책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여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친 기업적인 발언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치킨 가격 인상 사태를 촉발한 BBQ와 함께 하림도 불매할 것이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편, 하림그룹은 김 회장이 11세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돈으로 시작한 업체로, 수직계열화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국내 닭고기 시장을 장악했다.

주요 계열사로는 NS홈쇼핑·팬오션·디디치킨·멕시칸치킨·주원산오리·천하제일사료·올품·선진·팜스코·그린바이텍·에코캐피탈 등이 있으며, 자산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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