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회장 등 KT관계자들 "특정개인 임원 채용 독촉과 특정업체 광고대행사 선정 요구받아" 증언

▲황창규 KT회장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특정임원 채용과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대행사 선정에 개입, 압박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최순실 씨의 이권 사업을 위해 박 대통령이 민간기업 KT의 인사와 경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9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8일 열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2015년 안종범 전 수석이 ‘VIP(박 대통령)’ 관심사항”이라며 “이동수 씨(전 KT 전무)를 KT에 채용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황 회장의 진술조서가 공개됐다.

검찰 조서에 따르면 황 회장은 이 같은 전화를 받고 직감적으로 VIP 요청사항으로 인식하고 비서실장에게 만나보라고 한 뒤 차은택 씨의 측근인 이동수 씨를 전무급으로 채용했다. 이후에도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의 특정 임원 채용 압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을 통해 황 회장에게 이동수 씨를 광고업무 총괄로 옮기라고 수차례 지시했으며, 신혜성 씨(전 KT 상무)의 채용 압박도 가했다. 신 씨는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의 아내다.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이 ‘VIP 뜻’임을 언급하며 여러 차례 독촉성 전화를 했다고도 밝혔다.

이 씨와 신 씨는 각각 전무·상무급으로 채용된 뒤 광고 담당 보직을 맡았고 KT가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신생 광고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7건을 발주할 당시 담당자였다.

박 대통령이 KT의 인사에 개입해 특정 임원 채용 압박뿐 아니라 특정 광고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한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됐다.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를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해줄 것을 요구받았으며, ‘VIP의 뜻’이라고 해서 무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2015년 당시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구현모 KT 부사장도 황 회장과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사장은 “특정 개인의 채용요구는 이례적인 일이라 황 회장도 매우 당황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이 씨와 신 씨에 대한 인사가 청와대의 압력에 따른 낙하산 인사이자 사실상의 ‘원포인트’ 인사였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구 부사장은 “당시 이미 조직개편을 마친 KT는 자리가 없어 이동수 씨에게 상무급 임원 자리를 제시했지만, 이 씨가 거절해 전무급을 다시 제의했다”며, “두 번의 정기인사 외에 진행된 ‘원포인트’ 인사였다”고 밝혔다.

이날 이 씨도 증인으로 나와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는 과정에 안 전 수석의 압력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KT의 광고업무를 총괄했을 때 안 전 수석이 전화해 플레이그라운드를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할 것을 요청했다”며 “플레이그라운드는 신설법인이라 당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기준을 바꿔 광고대행사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날 차은택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은 황 회장을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차 씨에 대한 재판에서 “황 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오는 15일 오후 4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의 압력을 받고 이 씨 등을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황 회장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정기총회에 참석해야한다며 “안 전 수석으로부터 이 전 전무의 채용 부탁 사실을 받은 적은 있어도, 차 전 단장과 관련된 일은 알지 못한다”는 내용의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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