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운 변호사, '황유미 10주기' 기고서 삼성의 "안전하다" "해결됐다" "투명하다"는 모두 거짓

▲한 반올림 회원이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 규탄을 의미하는 방진복을 입고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삼성반도체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유미 씨가 숨진 지 지난 6일로 10년이 됐다. 그의  죽음으로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물꼬가 트였지만, 이 문제해결을 위한 피해자들과 삼성 간의 싸움은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지만 놀라운 사실은 피해자를 대하는 가해자 삼성측의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고 10년내내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등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긴 세월 동안 삼성은 여전히 백혈병 문제의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말로 모든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비판한다. 삼성은 그동안 반도체직업병문제와 관련, "안전하다", "해결됐다", "투명하다"고 밝혀왔지만, 이 모든 것들이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반올림 상임활동가인 임자운 변호사는 지난 10년 동안 삼성의 숱한 거짓말 중에서도 크게 다섯 가지를 꼽았다. 과연 삼성반도체공장은 안전한가. 임 변호사는 삼성이 강조하는 반도체공장의 안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삼성은 그동안 반도체 산업은 어떤 업종보다 안전하며, 특히 삼성반도체 공장은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언론 등에 홍보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고용노동부의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총체적인 안전보건관리 부실이 드러났다”고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단일 공장으로서는 최대치인 2000여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됐다.

임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이어 실시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대한 ‘안전보건 진단’ 결과 역시 놀라웠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화학물질관리부문’ 총평은 “화학물질 관리내용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상당한 문제점이 거의 전반적인 활동에 걸쳐 관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이밖에도 “안전보건상의 조치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안전보건 담당자 조차 공정 안전관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해가스를 실외로 배출시키는 설비가 없고”, “유해물질에 단기간 고농도로 노출될 수 있는 작업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삼성의 안전문화에 대해서는 “외부점검, 안전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발굴하겠다는 자세보다는 문제가 없다고 하거나 문제점 축소를 지향하는 왜곡된 문화가 상당히 강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회사 근무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임 변호사는 이 또한 거짓말이라고 단정한다.

삼성전자는 홈페이지의 ‘반도체 백혈병 논란의 오해와 진실’에서 “다양한 과학적 검증 결과, 위험요소의 노출 수준이 매우 낮았고 일부 위험요소가 있다 해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다. 또한 회사에서 근무환경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이에 대해 삼성이 언급한 조사들은 2008년 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 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사,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 등인데 이 보고서의 어디에도 “회사에서 근무환경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 보고서에는 ‘반도체 여성 노동자의 림프종 발병위험이 일반 국민보다 현저히 높다’(2008. 안전보건공단),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취급하는 화학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2009. 서울대 산학협력단)는 등의 위험성이 지적돼 있다.

삼성은 조정위원회 권고안 수용문제를 놓고도 뻔뻔스런 거짓말로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지 않고 있다고 임 변호사는 주장했다.

삼성은 지난 2015년 9월 이후 여러차례에 걸쳐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거의 원안대로 수용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는 공개적으로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고 “중재안이 나오면 따르겠다”고도 했다.

그 이후 진행된 교섭에서 삼성은 딴 소리를 했다. 임 변호사는 이 기고에서 삼성이 수용했다고 볼 수 있는 조항은 조정권고안 구성 17개 조항 중 한 개 조항(제5조의 ‘보상 대상’ 부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마저도 일부만 수용하여 조정권고안에 따르면 보상대상이 되는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삼성의 보상절차에서 배제됐다. 심지어 삼성은 그렇게 배제된 피해자들에게도 “조정권고안에 따라 배제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독단적으로 강행한 보상절차를 이유로 사과·보상에 관한 후속 논의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삼성이 “조정권고안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 조정 절차 자체를 깨버린 것이다”고 비난했다.

삼성이 지난해 1월 14일 낸 “백혈병 이슈 9년 만에 해결. 조정의 3대 쟁점은 모두 해결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 역시 거짓말로 포장돼 있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주장이다.

임 변호사는 삼성 보도자료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조정위원회가 비슷한 시기에 배포한 보도자료만 봐도 금방 드러난다고 밝혔다. 조정위원회가 지난해 1월 12일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조정 3의제 중 하나인 ‘재해예방대책’에 대해서는 조정 3 주체가 모두 동의하는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나머지 조정 의제인 ‘보상’과 ‘사과’에 관해서는 추가 조정 논의가 보류되어 있음”으로 돼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삼성이 지난해 8월 언론 보도자료에서 “화학물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산재 보상에 적극 협조해 왔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 역시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공박했다.

삼성이 이 보도자료를 낸 후 한 달 쯤에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건의 관련 소송을 분석한 결과, “법원이 재해자의 업무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삼성 측에 자료제출이나 답변을 요청하였을 때 삼성이 제대로 답변한 경우는 17%에 그쳤다”는 사실을 폭로했다고 임 변호사는 전했다.

그는 법원이 삼성 측에 재해자의 업무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면 대부분의 경우 삼성의 답변은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제출할 수 없다”, “이 사건과 관련이 없으므로 제출하지 않겠다”는 셋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삼성은 조작된 내용의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반도체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공개도 철저하게 기피했다. 피해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 신청을 하면 공단은 삼성 측에 신청인의 업무환경에 관한 질의서를 보내는데, 거기에 삼성은 “근무기간 동안 가스누출 사고 없었음”, “작업 수행 중 직접적으로 사용한 화학물질 없음”, “설비 내부에서 사용되어지는 케미컬은 외부로 유출되는 구조가 아님”, “근무 장소 자체가 클린룸이며, 쾌적한 상태로 운영됨”과 같은 답변들을 기계적으로 적어 보냈다고 임 변호사는 전했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은 재해자와 그 동료들의 진술은 물론 고용노동부 등의 조사결과와도 배치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임 변화사는 이 기고에서 "지난 10년 간 직업병 피해가족들을 대해온 삼성의 태도는 ‘기만’과 ‘은폐’로 요약된다. 비슷한 경험이 없다면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고통을 겪어온 그들에게 삼성은 뻔뻔한 거짓말을 계속했고 소소한 것까지 숨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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