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의 존속은 불가피 한데 해체는 또다른 '꼼수'
계열사가 컨트롤타워 기획을 자율 결정토록 하는 구조가 바람직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해체를 포함한 경영혁신안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그룹이 있는 한 컨트롤타워는 불가피한데 이번 해체 선언은 그런 면에서 또 다른 ‘꼼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는 컨트롤타워 문제의 본질은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와 총수일가의 사익추구라면서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를 두되 여기서 마련된 기획을 각 계열사 이사화가 자율 판단토록 하는 구조를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르면 28일 오후 늦어도 이번 주 내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를 포함한 대대적 경영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마무리되면 준비해왔던 경영 쇄신안을 바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번주 내 미전실이 해체되고 그 역할은 각 계열사로 이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삼성의 경영쇄신안은 ▲미전실 폐지 ▲계열사 독자 경영 강화 ▲이사회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각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전실이 해체되면 미전실 소속 임직원 200여명은 원래 소속돼 있던 계열사로 돌아간다. 또한 그룹 주관 사장단·임원 인사, 그룹 공채 및 신입사원 연수 등 그룹 차원의 업무나 행사가 모두 사라진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후 사장단협의체 등 별도의 그룹 업무총괄 기구를 만들지 않을 방침이어서 그룹 전반에 걸친 경영방침 결정이나 계열사 간 의사결정이나 업무조정 등에서 일시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열사 간 사업 조정, 부실 계열사 지원 및 정리 등 삼성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계열사를 아우르는 역할을 할 곳이 없어진다.   

경개연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삼성의 단순한 미전실 해체선언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며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각 계열사 및 그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직구조를 투명하게 밝히고 시장의 평가를 받을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경개연은 삼성의 미전실 해체를 컨트롤타워 기능을 없애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그룹해체와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삼성은 콘트롤타워가 없는 계열사별 독자경영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개연은 삼성전자가 삼성SDI⋅삼성전기 등으로부터 소재⋅부품을 공급받는 수직계열화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 계열사가 아무런 조정기능 없이 독립경영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또한 과잉설비 압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의 건설부문) 등 그룹 내 수주산업의 3개 계열사가 제각기 독자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 도입이 예정돼 있는 현 시점에서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독자 경영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경개연은 덧 붙였다.

경개연은 따라서 삼성의 미전실 해체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미전실 기능을 일부 축소하고 부분적으로 분할해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의 핵심 계열사 내부로 이전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경개연은 미전실 해체는 문제 해결의 해답이 아니라 일종의 ‘꼼수’라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전략기획실(2010년에 미래전략실로 명칭 변경)로 개편한 것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꼼수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법적실체가 없어 권한과 책임이 괴리되고, 그 결과 총수일가 및 가신들의 사익을 위해 무리수 내지 불법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기존의 미래전략실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개연은 강조했다.

경개연은 궁극적인 해결책은 지주회사 전환이지만, 현재로서는 지주사 추진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 있고 형사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지주사 추진에서 수많은 계열사들의 분할과 합병 작업도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야당 진영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경개연은 그룹이 존재하는 한 컨트롤타워 기능은 필수불가결한 만큼 컨트롤타워를 숨기지 말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문제 해결의 핵심은, 컨트롤타워의 잠정적 판단을 각 계열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구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밝혔다.

경개연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삼성이 ‘이사회 순혈주의’를 버릴 것을 촉구했다. 이 논평은 “지배주주와 내부 경영진이 선임한 ‘거수기 사외이사’로만 채워져서는 각 계열사 이사회의 자율적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 각 계열사 내부에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는 불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따라서 “컨트롤타워 기능이 분산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의 핵심 계열사에는 외부주주가 추천한 독립적 사외이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3월 정기주총에서 독립적 사외이사를 선임하기가 시간적으로 어렵다면, 외부주주와의 협의를 거쳐 조속히 임시주총을 열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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