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재용 경영승계 지원 대가로 대통령·최순실 일가 지원 정황포착 구속영장 재청구
60억으로 재산 8조 불어나는 동안 세금은 증여세 16억원만 내…편법승계 논란 재점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국내 최고 재벌인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의 최대 현안인 후계구도 완성을 가능한 한 세금을 내지 않고 하기 위해 최순실 씨측에 로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는 등 청와대로부터 끊임없는 특혜를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16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를 통해 삼성그룹이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작년 10월 초순까지도 최순실 씨 일가를 끈질기게 챙겨준 정황이 드러나면서 삼성그룹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강요와 공갈의 피해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최근 경향신문은 특검 관계자의 입을 빌려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지원을 대가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측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삼성과 청와대 간 ‘수직적 분업 체제’가 구축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방해 변수’가 생길 때마다 최순실 씨 모녀에게 삼성이 ‘분할 송금’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박 대통령과 삼성과의 관계가 ‘박 대통령-이 부회장’이 큰 틀에서는 교감하고, 그 밑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담당하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최순실 씨 모녀 지원을 담당하는 식으로 구성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생겨난 삼성SDI의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가이드라인 마련이 논의되던 지난 2015년 10~12월 삼성은 최소 일주일, 늦어도 3주 간격으로 독일에 거주하고 있던 최순실 씨측에 돈을 보냈다.

공정위가 2015년 12월 삼성물산 주식 처분이 당초 1000만주가 아닌 500만주로 해석한 뒤인 지난해 2~3월 삼성은 정유라 씨의 말 두 필 구입비용 등으로 독일에 37억여원을 보냈다. 지난해 7월에는 삼성전자승마단 해외전지 용역비 명목으로 7억2500여만원을 코어스포츠 계좌로 보냈는데 당시 삼성이 금융위원회에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관련 비공식 문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삼성이 최순실 씨 모녀에게 직접 지원한 돈은 확인된 것만 77억여원으로, 이 부회장의 그룹 승계 체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요할 때마다 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오마이TV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이 부회장에 대해 승계구도 안착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비선실세가 최순실 씨인 것을 미리 파악,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를 의도적으로 지원했고 청와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특혜 이후에도 지속적인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30년 전부터 시작된 삼성의 후계구도 완성 로드맵에는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만드는 것이 포함돼 있다”며, “금융위원회에서 이를 문제 삼자 최종적으로는 법을 개정하는 방법까지 고려해 금융지주회사로의 변환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의원은 이 부회장의 편법승계에 따른 세금 회피 문제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재산 15조원을 가지고 있는데 낸 세금은 1%도 되지 않는다. 15조원의 10%인 1조5000억원도 아니고 1500억원도 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지금까지 낸 모든 세금을 다 합쳐도 300억 가까이 될 것”이라며, “단 1%의 세금도 내지 않고 자기 재산을 불려왔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최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이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10조원에 가까운 재산을 세습받기 위해 낸 세금은 1996년 낸 증여세 16억원이 유일하다. 똑같이 부친으로부터 최근 3000억원의 주식을 물려받은 중견기업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이 상속세로만 1500억원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8조원 자산가'로 알려진 이 부회장의 편법승계를 둘러싼 법적·도덕적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가능한 한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그룹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익법인을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선대인 고(故) 이병철 회장부터 이어진 오래된 수법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자 2015년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삼성은 “앞으로는 공익재단을 지배력 유지에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곧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사장 취임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을 동원해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 재단의 삼성물산 지배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식 매입은 사실상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편법적으로 강화시키는 것이며, 공익을 가장해 사익을 취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 부회장은 1995년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60억원 중 16억원을 증여세로 납부하고 남은 44억원으로 삼성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비상장주식을 매수, 1년 만에 600억원을 벌었다. 그중 48억원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배정받아 단숨에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됐다. 이밖에도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SDS 유상증자 과정에서 44억원으로 지분을 인수하고 1999년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47억원에 취득해 지분 8.8%를 확보했다. 지분 인수 후 삼성SDS는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규모를 키워나가 이 부회장은 재산을 더욱 불릴 수 있었다.

지난 2015년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승계완성 과정의 화룡점정에 해당한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불공정한 비율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져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부회장의 편법승계 논란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은 구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감안했을 때 4.06%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까지 동원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처분,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등 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사익을 위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측에 433억대 금전 지원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개시됐다.

무엇보다 이번 재청구에서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39권,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관련자 업무일지 등 핵심 물증을 추가 확보해 1차 영장 때보다 부정 청탁 및 대가성 입증이 한층 탄탄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기존의 뇌물공여, 횡령, 위증에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두 가지 혐의가 추가돼, 총 5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 여부는 17일 새벽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도 비슷한 시점에 구속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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