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시 이재용 지배력 강화 위해 편법회계로 바이오에피스 가치 4조8천억 부풀린 의혹
제일모직 가치 증대되고 바이오로직스는 상장요건 갖춰…국민연금 등도 바이오로직스 과대 평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상대적으로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낮추기 위해, 제일모직이 지분 46%를 보유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바이오에피스)기업가치를 편법회계로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너일가의 보유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는 최대한으로 부풀려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낮추는 것이 오너일가에 유리하다고 판단, 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편법회계 방식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대행 김성진 변호사)와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이 5000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가장 핵심적인 근거가 바로 6조6000억원으로 추산된 바이오로직스의 미래 성장가치였다”며, 바로 이 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편법회계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사후에 정당화하려면 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이 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의 회계 처리 방식을 바꿔 삼성바이오 자산가치에 4조8000억원의 변동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1.2%를 보유한 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회계 처리 방식에 편법을 동원해 자산가치를 이같이 부풀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회사 바이오젠과 함께 지난 2012년 설립한 합작 회사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업체다. 바이오에피스는 설립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에는 무려 161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은 '회계의 마술'을 부려 수년간 적자 속에서 허덕인 바이오에피스를 하루아침에 1조대가 넘는 흑자기업으로 돌려 놓았다. 참여연대 등은 삼성이 회계 처리 방식을 변경해 "4년 연속 적자였던 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당기순이익이 1조9049억원 흑자로 전환하게 된다”며, “기존 방식으로 회계처리 했다면 바이오로직스는 그해에도 214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변칙 회계 처리 방식을 동원함으로써 가능했다. 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종속기업 투자 주식으로 인식하고 연결대상으로 봐 장부가액으로 회계처리 해왔다. 그러던 바이오로직스가 2015년에 갑자기 지난 2012년부터 있었던 ‘주주간 약정’을 이유로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했다.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판단해 회계상 지분 평가 방식을 ‘장부가액 평가’에서 ‘공정가치 평가’로 전환했다.

'주주간 약정'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미국 합작 회사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해석 변경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젠은 주주 간 약정에 따라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늘릴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있다. 삼성 쪽은 바이오에피스의 성공적인 임상 진행으로 바이오젠이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2015년 당시 지분 91.2%를 보유한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회계상 바이오로직스에 약 1조8000억원의 파생상품 부채로 기록됐지만, 반대로 4조5000억원의 투자이익을 안겨줘 바이오로직스의 흑자 전환에 톡톡히 기여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미국 회사인 바이오젠은 사업보고서에서 문제의 콜옵션의 가치를 ‘0’원으로 평가해 대조를 이뤘다. 콜옵션 매도자 바이오로직스와 매수자 바이오젠이 그 가치를 다르게 회계 처리를 한 셈이다.

시민단체와 일부 회계사들도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너무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일모직의 보유 지분이 높은 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을 국민연금과 두 회계법인이 각각 6.6조원과 8.9조원, 8.6조원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실제가치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합병 당시 비상장사였던 삼성바이오는 상장 후 현 시가총액이 10조원 정도에 이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주식가치는 대략 4조원 정도에 이른다. 그런데도 국민연금과 두 회계법인이 제일모직 보유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현 시가로 계산한 4조원 정도보다 훨씬 많은 6.6조~8.9조원으로 평가한 것은 고평가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사업영역은 거의 똑같지만, 기술면에서는 삼성바이오보다 2년 정도 앞서는 것으로 알려진 셀트리온의 기업가치에 비교해서도 삼성바이오는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는 셀트리온과는 달리 위탁생산은 같지만, 연구개발을 자회사에 맡기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는 셀트리온을 결코 넘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지난해 합병이 진행될 당시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이 10조원이었고 제일모직의 바이오로직스 지분율이 46%였던 만큼 4.6조원 이상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 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변칙회계 처리로 4조8000억원이나 부풀린 데서 가능했다고 일부 회계사들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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