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 한달만에 특검 재출석 '긴장'
조국 교수 "증거인멸 염려·범죄 중대성 충족" 구속수사 필요성 주장

▲13일 특검에 재소환된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사진=YTN 캡처)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혐의를 입증할 대한 새로운 단서와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을 13일 오전 재소환한 가운데 구속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약 3주간 삼성 임원들에 대한 추가 소환,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압수수색 등을 통해 새로운 물증 확보에 주력해왔다,

13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검이 13일 오전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 조사 후 이번 주 중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3주 동안 추가로 확인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위한 것”이라고 재소환 배경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날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훈련을 돕기 위해 실무를 주도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도 피의자 신분으로 이 부회장과 함께 불러 조사한다. 이들은 각각 대한승마협회 회장과 부회장을 맡았으며,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 등과 연관돼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28일 1차 수사기한이 끝나는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한 연장을 요청할 방침이지만, 황 권한대행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이 부회장 재소환과 영장 재청구는 뇌물죄 수사의 마지막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모두 무산되면서 특검수사 연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 재소환이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의 유일한 돌파구가 됐다.

이번 재소환 조사에서 특검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과정을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의 1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성사됐다.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1대 0.46이 적정하다는 자체 결론을 내리고도 1대 0.35로 합병 비율을 정하자는 삼성측 제안을 받아들여, 최대 8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물산 합병 이후 공정위는 2015년 10월 두 회사 합병 과정에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결정 과정에서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삼성SDI가 통합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내부 결론을 내렸으나, 청와대 지시로 2개월 뒤인 12월 처분 규모를 절반인 500만주로 축소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검은 국민연금과 공정위의 결정으로 이 부회장측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같은 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수 있게 한국거래소가 규정을 개정했다는 의혹도 있다.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이 삼성물산 합병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마무리 작업 중의 하나로 보고 이 과정에서 금융위와 공정위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인 도움을 줬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앞서 진행한 공정위 압수수색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결과를 발표하도록 청와대가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 관계자들에 대해 압력을 넣은 정황이 담긴 실무자의 업무 노트와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의혹에 대해 삼성측은 어떠한 특혜도 받지 않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될 경우 영장 재청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법조계의 분석이다.

영장기각 후 특검은 보강수사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 추가 확보, 공정위·금융위 압수수색,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그룹 계열사 재무담당 임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영장기각 사유를 보완하는 물증을 확보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 등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12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재용의 힘과 기업범죄의 특수성 고려”가 필요하고 “증거 인멸의 염려와 범죄의 불법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이 부회장을 구속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삼성의 조직적 힘이 작동하면서 실체적 진실이 은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며, “국가권력 범죄, 기업·경제 범죄, 조직범죄 등에서 그 수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통상의 범죄를 범한 개인의 구속 여부와 달리 판단해야한다”면서 “이런 범죄는 수장이 격리돼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으므로 영장전담판사는 이러한 범죄의 특수성을 직시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부회장이 일개 시민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막강한 경제권력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터진 직후부터 삼성이 이재용의 명시적 또는 암묵적 지시 하에 ‘황태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관련 증거를 인명하고 ‘입 맞추기’를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박근혜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430억원의 제공행위는 정경유착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재현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범죄의 중대성’이 충족된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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