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지난해 단체교섭도 타결 못해…올해도 구조조정으로 노사갈등 더욱 격화 전망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사진=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지난해 타결짓지 못하고 올해로 넘긴 현대중공업 임금단체협상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시작된 조선업 구조조정이 올해도 강도 높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선업 노사갈등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마무리 짓지 못한 임단협을 조속히 타결하기 위한 교섭테이블도 마련치 못해 단기간 내 타결될 수 있을 지가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울산 본사에서 비공개 실무교섭을 가지려 했으나, 노조가 지난달 23일부터 금속노조측 교섭위원을 교섭장에 대동하려 하자 회사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이날 교섭이 무산됐다고 1일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금속노조 교섭위원의 교섭참여 문제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금속노조에 단체교섭권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근거자료를 요청했으나, 노조는 아직까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조직 형태가 불분명한 데다가 70여 차례에 걸친 그동안의 교섭 내용을 잘 모르는 외부 인사가 교섭에 갑자기 참여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며,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교섭 거부의 정당성이 인정된 판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로 잠정 확정됐으며, 금속노조 교섭위원이 교섭에 참여해도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사의 이같은 의견차로 현대중공업 임단협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노조는 사측이 우선 교섭장에 나올 것을 촉구하면서 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부터 간부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지역 관공서와 언론사를 돌며 회사의 구조조정 실태를 알리는 상경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앞서 사측은 지난달 19일 임금 10만 원 인상, 기본급 동결(호봉 승급분 2만3000원 인상), 성과급 230% 지급, 격려금 100%+150만 원, 상여금 800% 전액 통상임금 적용 등이 담긴 2차 제시안을 전달했으나,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9만6712원 인상(호봉 승급분 별도)을 비롯해 성과급 250% 이상 지급, 직무환경수당 상향,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 뿐만아니라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등 조선 3사는 지난해 단체교섭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앞으로 구조조정 문제를 비롯한 굵직한 현안들을 안고 있어 올해 어느 때보다 격렬한 노사갈등을 겪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최근까지 75차 교섭을 했지만, 임금·고용에 대한 시각차가 커 대화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단체행동을 하지 않고 구조조정에 동참하겠다는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하고 임금을 동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우조선 임단협이 타결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노사가 단체교섭에서 고용보장과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개선 문제를 두고 의견을 모으지 못해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임금협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집행부가 바뀌면서 잠정 중단됐던 교섭은 최근까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조선 3사가 지난해 단체교섭을 타결 짓는다고 하더라도 올해 단체교섭 타결 전망은 더욱 어두워 노사가 심한 갈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조선 3사가 모두 올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노사갈등의 격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의 분수령은 회사 분할 안건을 다루는 2월 주주총회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까지 직원 3000여명을 줄인다는 계획이고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2000~2500명을 구조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사들의 사측은 정부의 구조조정을 빌미로 노사대화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면이 없지 않았고 감원이나 임금삭감을 강행해 왔다“면서 "올해도 정부와 사측이 구조조정을 더욱 강력히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조선업 노사관계는 지난해 불거진 갈등이 더해지면서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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