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빅3', 제재 피하는 선서 최소지급 확정 VS 금감원, 전액지급 않아 권위에 타격받자 제재방침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금융당국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라고 보험사를 압박하고 있지만,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는 일부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규모라는 점에서 면피성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빅3’의 꼼수 논란에 대해 "생보사의 명백한 사기사건"으로 강력히 처벌해야한다고 나서는 등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관계 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빅3'는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고객에게 지급하지 않고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자살예방사업 등에 사용하기로 확정했다.

금융감독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지급자살보험금 전액을 고객에게 지급하라고 생보사들을 압박했지만, 대형 생보사들은 25% 안팎수준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결정한 용도로 쓰겠다고 결정해 절반의 성공도 거두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생보사들의 ‘꼼수’ 지급으로 금융당국의 생보사 감독 기능이 권위를 상실하면서 실효를 기대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미지급 자살보험금 1608억 원 중 25%인 400억 원만 고객에게 지급하고 200억 원은 자살예방 사업에 사용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이 지급을 권고한 자살보험금은 2014년 9월 5일로부터 소멸시효인 2년을 거슬러 올라간 2012년 9월 6일 이후 청구된 미지급 건이 고객에 대한 지급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2011년 1월 24일~2012년 9월 6일 사이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200억 원은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대신 자살예방재단에 기탁해 자살을 막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2011년 1월24일 이후 미지급 건에 대해 보험금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의 지급 규모는 전체 미지급 보험금의 15% 가량에 불과하다. 교보생명은 1134억 원 가운데 168억 원, 한화생명은 1050억 원 가운데 150여억 원으로 알려졌다.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 시점을 지난 2011년으로 잡은 것은 보험업법상 고의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지급하지 않은 경우(기초서류(약관) 준수 의무 위반) 과징금이나 업무 정지 등의 행정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이 만들어진 시기에 맞춘 때문이다.

금감원도 이 규정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보사에 대해 제재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빅3'는 금감원 제재에 걸리는 범위 내에서만 보험금을 물겠다는 입장 아래 자살보험금 지급 규모를 확정했다.

그러나 ‘빅3’와 달리 당초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던 총 14곳의 생보사 중 ING·신한·메트라이프 등 중소형사 7곳은 지난 5월 대법원이 '자살보험금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압박하자 전액 지급을 약속했다.

대형 생보3사가 전액 지급할 수 없는 이유를 배임문제를 들었다. 이들은 당초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일괄 지급할 경우 배임 등의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맞서오다 금감원이 초강력 제재 방침을 굳히자 이를 피하는 선에서 최소한의 자살보험금만 지급키로 했다.

금감원이 대법원 판결 이후 보험사를 상대로 현장 점검까지 벌이며 전액 지급을 압박했지만, 끝내 대형사들이 지급을 거부함에 따라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중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생보사 3곳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는 ‘빅3’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 수위를 주목하고 있다. 경징계를 할 경우 이미 전액을 지급한 생보사들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액지급액 중 일부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대형생보사들의 지급 최소화 ‘꼼수’에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은 거세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전날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자살보험금 사태에 대해 "생보사의 명백한 사기 사건"이라며 비난했다.

금소연은 생명보험사가 2년이 지난 자살에 대해 소비자를 속이고 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보험금이 적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온 이번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소연은 "삼성·교보·한화는 끝까지 버티며 일부만 지급하거나 생뚱맞게 '사회공헌기금'을 만들겠다고 '흥정'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예정대로 영업권 반납, 영업정지, CEO 해임 등 강력한 중징계를 반드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이기욱 사무처장은 "중소 생보사들은 도의와 사회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지급키로 했지만, 모범을 보여야 할 대형사가 약관 해석의 원칙인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도 저버리고 소비자 이익이 아닌 주주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며, "자살보험금 사태는 보험사의 신뢰를 갉아먹는 뼈아픈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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