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독일재산 관리 도운 이상화 본부장 '비밀사무실' 제공…'고위 경영진에 불똥튀는 것 막자'?

▲김정태 회장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국정농단 최순실 씨가 재산을 독일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금융거래와 돈세탁에 KEB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이 깊숙이 관여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검찰이나 금융감독당국이 최순실 씨와 하나은행 간의 돈 거래 내역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대출은 물론 독일에서의 돈세탁을 도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하나은행이 청문회에서 ‘최순실 독일 재산 관리 4대 조력자’ 중 한명으로 거론된 이상화 글로벌영업 2본부장에게 '비밀 사무실'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당국의 하나은행에 대해 특별검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계와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본부장은 지난 6일부터 서울 명동 본점 16층으로 출근하지 않고 종각 본점이 있는 그랑서울 빌딩 24층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의혹 드러날까 사무실 옮겨 외부인 접촉 차단

이 본부장이 출근하는 새 사무실은 서울 종각 본점 24층 연금부에 마련됐는데 경비원들이 일일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도록 돼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일을 알아 보기 위해 찾아온 것으로 의심되는 방문객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이 이 본부장을 숨기는 것은 우선 이 본부장의 사무실을 본점 이외의 곳으로 옮겨 외부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함으로써 최순실 씨와 이 본부장 간의 유착관계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는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나아가 이 본부장이 외부 인사들과의 접촉으로 최순실 씨와 유착관계를 언급하다보면 최 씨의 돈세탁이나 외환거래에 최종 결재권자인 김정태 회장을 비롯한 고위 경영진이 개입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발언을 할 소지도 없지 않아, 하나은행이 이 본부장의 '비밀사무실'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측은 이 본부장이 독일에서 최순실 씨의 재산도피와 돈세탁에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사면서 언론사 기자들이 자꾸 찾아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것 같고 은행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 사무실 이전은 은행과는 상관성이 별로 없는 개인 차원의 일로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순실게이트’에서 하나은행의 연루는 이 씨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고 그가 공적인 은행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비밀 사무실 마련은 은행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빌딩 관리책임자는 “이 사무실은 이전에 다른 임원이 사용했는데 이달 초 이 임원이 나가고 이상화 본부장이 들어왔다”고 말해 하나은행이 특검 수사와 국회 청문회 등을 앞두고 다른 임원의 방을 비우면서까지 이 본부장을 조직적으로 비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정유라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표설이 나돌았던 이 본부장이 현재까지 정상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은행측이 비밀 사무실까지 마련한 것을 보면 하나은행의 최순실게이트 연루 의혹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최순실 돈 관리를 조직적으로 도운 것은 아닌지?

이 본부장은 지난 2015년 말 독일법인장 시절 만 19세인 정유라 씨(21)에게 38만유로(4억8000만원)를 대출해주고 대학 후배를 최 씨 모녀의 독일 회사 비덱의 직원으로 소개시켜준 사실이 드러났다. 

하나은행은 최 씨의 딸 정 씨를 비거주자로 볼 수 없는데도 보증신용장을 떼 주고 최 씨 모녀가 이를 담보로 독일법인에서 3억원 상당의 유로화 대출을 받아 자금세탁을 도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 본부장이 독일법인장을 마치고 지난해 1월 귀국한 지 두 달 만에 영업본부장 직제를 2개로 만들어 그를 본부장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이 본부장이 최 씨의 입김으로 승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하나은행측은 “이 본부장의 독일법인장 시절 정 씨에 대한 대출은 정상적인 거래였고 임원 승진 역시 특혜가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고려대 독문과(82학번)를 나온 이 본부장이 같은 과 후배(90학번) 박재희 씨를 비덱 직원으로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정유라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의 최순실게이트 연루에 대해 노동당은 작년말 성명을 통해 "박근혜와 최순실이 정유라 이름으로 해외신용장을 개설한 것은 외국환거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으로 엄청난 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해외도피 먹튀자금이 드러난 만큼 특검의 일차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나아가 국세청,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구를 총동원해 지난 수십년간 해외로 빼돌려진 돈을 찾아내야 한다"며, "나라의 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치하거나 심지어 국가권력과 재벌 그리고 권력실세가 공모해 돈을 해외로 빼돌린다면 이것이야말로 국가보안법 1조가 규정한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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