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모씨 '악성림프종' 투병 끝 숨져…산재 신청 2년 2개월 지나도 근로복지공단은 "처리 중" 답변만

▲삼성전자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삼성 반도체·LCD 공장에서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유해화학물질을 다뤘던 노동자가 재직 중 직업병으로 추정되는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4년여의 투병 끝에 사망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측은 황 씨의 사망은 제보된 삼성반도체ㆍLCD 직업병 피해자 중 78번째라고 밝혔다.

최근 반올림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일했던 황 모 씨(52)는 지난 8일 새벽 한 시경 악성림프종으로 사망했다.

그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삼성전자 화성공장 15, 16 생산라인의 ‘CCSS룸(Central Chemical Supply System. 화학물질 중앙 공급 시스템)’에서 일했다. 황 씨는 해당 반도체 생산라인에 쓰이는 각종 화학물질을 보관·공급하는 이 룸에서 일했다. 그는 화학물질이 담긴 드럼통을 운반해 공급 설비에 연결하거나 드럼통 위에 고인 화학물질 및 룸 내부로 흘러나온 화학물질을 닦아내는 일을 했다. 말하자면 일상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셈이다.

하지만 황 씨는 업무 중 취급한 화학물질들의 이름 일부(LAL-500, WLC-T, 시너 등)를 기억할 뿐, 각 물질의 성분과 유해성은 알지 못했다고 반올림측은 전했다. 그는 근무 중에 회사로부터 받은 교육은 “장갑이랑 마스크를 끼라는게 전부”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측은 황 씨는 결국 직업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산재 신청 결과 확인된 회사 제출 자료에 따르면, 황 씨가 취급한 물질 39종 중 인체유해성이 확인된 물질은 27종, 발암물질은 3종이었다. 나머지 8종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황 씨는 1년 3개월 근무 끝에 면역체에 발생하는 피부암인 ‘피부T세포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암 판정으로 지난 2013년 1월 퇴사한 이후 투병해온 황 씨는 지난 10월 ‘말초성 T세포 림프종’ 추가 진단을 받았고 이 병이 급격히 악화돼 숨을 거뒀다. 

황 씨는 삼성전자 정규직원이 아닌 삼성전자 협력업체 한양ENG의 자회사 ‘한양CMS’ 소속 노동자였다. 한양CMS는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한양ENG의 자회사인데, 지난 7일 삼성반도체 평택 공장에서 일어난 질식사고로 사망한 고 조성호님이 한양ENG 소속이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화학물질을 운반ㆍ관리하는 일,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일등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일을 맡게된다. 황 씨 역시 이런 환경의 작업장에서 일을 해온 때문에 직업병으로 추정되는 암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황 씨는 2년 2개월 전인 지난 2014년 10월 반올림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고인의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도 ‘처리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황 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여부도 삼성전자 측의 보상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에 한시적으로 실시한 보상절차에는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삼성이 보상신청 자격을 “2011. 1. 1. 이전 입사자”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반올림은 이러한 보상절차와 기준에 항의하며, 작년 10월부터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삼성은 지금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은 독단적인 보상기준을 철회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 절차를 마련하라.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의 죽음을 신속하게 산업재해로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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