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국민연금 이사장에 문형표씨 기용은 합병 성사에 따른 '반대급부' 주장
국민노후자금 500조원대 기금운용 자리에 낙하산인사가 판치는 것은 매우 '위험'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에 주도적 역할을 한 문형표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그리고 홍 전 본부장 후임인 강면욱 본부장 임명이 청와대 외압에 따른 보은인사라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에 찬성표를 던진 뒤 최근 평가액으로만 5900억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말 기준 543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이 정치권 낙하산·보은인사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었다는 정황들에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

28일 국회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 국민의당 간사 김경진 의원은 문 이사장 임명에 대해 “삼성 기업합병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압력을 가해 성공한 데 따른 청와대의 보은인사”라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당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그해 연말 국민연금 이사장에 임명됐다. 메르스 사태 때 부실대처로 38명을 숨지게 한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한 문 이사장이 불과 4개월 만에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재임명되면서 당시에도 자질 논란과 외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당시 이사장 공모 기간이 실제로는 7일로 단기간이었고 응모자는 단 3명이었다. 전임인 최광 이사장 선임 시 12명이 응모한 것과 견줘봤을 때 3명밖에 응모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관 규모나 위상에 맞지 않는 이례적인 경우로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장 인사는 공고기간만 15~20일이 소요되고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는 20일 가량 걸린다. 여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후보자의 재산·범죄 등 결격사유에 대한 인사 검증까지 더해지면 보통 20~30일까지 소요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문 이사장 임명 당시에는 공고부터 임용까지 걸린 기간이 27일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문 이사장의 임명이 이례적으로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에 대해 “처음부터 문 전 장관을 이사장으로 내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거치는 일련의 과정이 생략된 것은 청와대의 적극적인 지원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지난해 3월 삼성물산 합병안에 국민연금공단이 반대를 표명하자 7월께 민간 자문위원들에게 전화해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문 이사장 선임에 대해 “삼성 기업합병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압력을 가해 성공시킨데 대한 청와대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문 이사장과 함께 삼성물산 합병에 주도적 역할을 한 홍완선 전 본부장도 임용 과정에서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27일 국조특위 위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2013년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경력 점수에서 60점 만점에 43.43점을 받아 22명의 지원자 중 8위에 그쳤다. 제출서류 검토 의견에서는 평가 난이도 중 ‘상(上)’ 평가를 받은 8명에 포함되지 않고 ‘중(中)’에 그쳤지만,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면접심사에서 87점을 받아 9명 중 2위를 차지했다. 당시 1위는 87.67점을 받은 온기선 전 동양자산 운용 대표였다.

당시 기금이사 추천위원회는 홍 전 본부장과 온기선 후보자 등 상위 4명을 최종 추천 후보로 선정했는데 최광 전 이사장은 2위였던 홍 전 본부장을 최종 낙점했다. 기금운용 관련 경력이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홍 전 본부장이 최종 선임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와 함께 홍 전 본부장의 후임인 강 본부장의 선임 과정 역시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강 본부장은 올해 2월 선임 당시 서류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도 면접을 통과했고 면접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최종 선임됐다. 강 본부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대구 계성고·성균관대 1년 후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박 의원은 “500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 운용을 책임지는 자리인 기금운용본부장에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구고 동창인 홍 전 본부장이 선임되는 과정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고교·대학교 동문인 강면욱 후임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없었는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찬성결정으로 국민혈세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2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무실과 삼성 미래전략실, 홍 전 본부장의 사무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이날 홍완선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안에 찬성한 투자위원회를 열기 직전 내부반발을 무릅쓰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합병을 지원한 의혹으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문 이사장은 홍 전 본부장 소환 다음날인 24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전문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찬성 의결을 종용했다는 의혹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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