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덱 정유라에 35억 송금 등 적극 지원하고 독일 승마장 구입에 60억 송금 정황도
최순실이 삼성측에 방산매각 승인조건 제시하고 대가성 거액요구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MBC뉴스 캡처)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지난 8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삼성이 본격적인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 거액 출연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선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이유가 서서히 베일을 벗는 형국이다.

삼성은 어느 대기업보다 최순실 씨 지원에 적극 나섰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냈고 최 씨의 딸 정 씨가 실소유자인 독일 법인 비덱스포츠를 통해 정 씨의 전지훈련에 35억 원을 지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이 두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과는 달리 최 씨와 딸 정 씨에게 35억원을 직접 지원한 것을 두고 과연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조건없는 지원이었는가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그러나 대가성 지원일 수 있다는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삼성이 두 재단에 출연한 것 말고 최 씨에게 직접 지원하고 그 규모도 너무 크다는 점에서 대가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이 승마 유망주 육성을 명분으로 코어스포츠를 통해 정 씨에게 전달한 35억은 ‘비타나V'라는 고가의 말 구입 비용과 정 씨 독일 전지훈련 비용으로 사용된 것이 확인돼 사실상 정 씨 개인을 위해 쓰인 것이 드러났다.

또한 최근 코어스포츠 전 직원의 증언을 인용한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직원은 삼성에서 “5~6개월간 매달 80만 유로(약 10억 원)가 통장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최 씨 모녀가 삼성으로부터 직접 건네받은 돈이 당초 알려진 35억 원이 아니라 승마장 구입을 위한 송금액 50~60억 원을 합하면 모두 100억 원에 이르는 셈이다.

검찰이 현재 삼성이 승마장 구입비를 지원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어 삼성이 승마장구입을 위해 거액을 건넨 것으로 밝혀지면 삼성의 최 씨에 대한 지원 규모는 100억 원을 넘는 거액에 이른다. 삼성이 이미 두 재단에 204억을 출연했는데 추가로 재단이나 승마협회를 거치지 않고 최씨와 딸 정씨에게 거액을 지원한 데에 과연 대가성은 전혀 없었던 것일까.

여기에다 문구업체인 모나미는 지난 5월 230만 유로(약 28억 원)를 들여 독일 엠스데텐 루돌프 차일링거 승마장을 구입했는데 이 승마장이 사실상 정 씨 개인 훈련장 용도로 쓰인 사실이 확인됐다. 모나미는 삼성전자와 99억 원 상당의 프린터·사무기기 관리용역을 맺은 것으로 밝혀져 검찰은 이 계약을 대가로 모나미가 승마장을 대신 인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과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최씨에 거액을 직접 지원?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거액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과 관련해 대가성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최 씨를 통해 모종의 혜택을 기대하고 기꺼이 거액을 지원해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자금을 지원한 시기가 삼성의 명운이 달린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던 시기와 맞물려 있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어스포츠 대표로 있었던 로베르트 쿠이퍼스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 경영부문 대표는 지난 6일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이 박근혜 정부로부터 노조문제 협력과 연구비 등 사업상 지원을 약속받고 최 씨측에 총 2200만 유로(약 28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쿠이퍼스 대표에 따르면 대한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8월 삼성 법무실 소속 변호사 등과 함께 독일로 찾아가 최 씨와 수차례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삼성이 한화에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원)·삼성탈레스(현 한화탈레스) 등 방산·화학업체 4곳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대와 제일모직·구 삼성물산 간 합병 등으로 지배구조 관련 중대한 결정을 하던 시기였다.

삼성은 제일모직·구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도움으로 주주총회에서 어렵지 않게 합병할 수 있었다. 합병 발표 이후 합병비율과 관련 구 삼성물산의 주식 재평가 논란이 제기됐고 현재까지도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이때 연기금이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삼성을 도운 것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한, 삼성과 한화의 방산업체 ‘빅딜’에도 최 씨가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MBC는 검찰이 삼성의 방산기업 매각에 대한 정부 승인 과정에 최 씨가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하며, 최 씨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로 삼성전자를 끌어들인 뒤 딸 정 씨에 대한 지원을 강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삼성·한화 빅딜 과정에서 최 씨가 청와대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아낸 것이 밝혀진다면 최 씨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방산업체 매각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정부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의 빅딜 승인을 두고 그 배경에도 대가성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빅딜을 잡음 없이 처리하기 위해 최 씨의 도움을 받는 조건으로 거액을 지원했고 최 씨는 방산업체 매각을 돕는 대가로 승마협회 회장사로 삼성전자를 끌어들인 뒤 딸 정 씨에 대한 지원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2조원 규모의 빅딜 성사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이 다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것은 지원 명분 쌓기일 수도

빅딜 과정에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한화그룹에서 삼성그룹으로 바뀐 것에 대해서도 삼성이 정 씨를 지원할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된 이후 정 씨에 대한 거액 지원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또한, 정 씨가 지난달 18일 업데이트된 것으로 나오는 FEI 프로필 소속 클럽·팀명란에 ‘한국 삼성팀’(Team Samsung: Korea)이라고 기재했다가 3일 만에 삭제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으로부터 특혜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같은 정황들을 통해 삼성이 대가를 받고 최 씨 모녀를 지원해줬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은 뇌물공여, 배임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검찰이 '최순실게이트'와 관련 미래전략실 압수수색등 삼성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될지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재벌들이 최순실 관련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것과 관련, "기업들이 사실에 부합하게 얘기를 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총수도 불러 조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최 씨 지원에 어느 재벌기업보다 적극적이었고 그 이면에는 대가성의혹이 일고 있어 이 부회장의 소환 가능성이 높아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삼성그룹 외에도 미르와 K스포츠에 돈을 낸 대기업과 총수들도 수사선상에 올려두고 있어 검찰수사의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과 최순실 씨의 커넥션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상무위에서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부터 가장 많은 돈을 냈고 정유라 씨의 승마를 지원하는 등 정권 초기부터 최순실 씨를 포섭하기 위한 행동을 해왔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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