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정책홍보 광고하면서 광고비부담 요구…‘신관치금융’에 금융자율화는 요원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금융당국이 관치금융의 폐해를 너무나 잘 알면서도 금융공공기관이나 민간금융회사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갑질’을 좀처럼 시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 금지방침에도 틈만 나면 임직원들을 낙하산으로 보내 관치금융의 고리역할로 활용해온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산하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무기로 노골적으로 광고비를 대라고 요구하는 ‘신관치금융’이 고개를 들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금융공기업을 비롯한 민간금융의 업무에 관여하고 압력을 넣는 신관치금융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해 전 금융당국이 신한은행에 대해 부실건설사인 경남기업에 대출을 해주도록 압력을 넣은 것이 신관치금융이 부활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신한은행 임원진은 당시 자리보전을 위해 대출절차를 무시하고 금융당국의 외압에 굴해 떼일 줄 뻔히 알면서도 1천억 원 이상을 경남기업에 대출해 줘 배임의혹을 샀다. 신한은행은 관치금융 희생양이 되면서 수천억 원의 부실을 안아야 했다. 관치금융이 금융 산업을 망치는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뿐더러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사들의 주총 시즌은 물론 틈만 나면 ‘금피아’를 산하금융기관이나 민간 금융사에 낙하산으로 투여해 금융사들에 대한 외압의 고리로 이용해왔다. 금융위는 이번에 산하 금융공기업과 국책은행에 금융위 홍보정책 광고를 위한 광고대금을 부담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들통이 났다.

금융위는 자체예산은 아니지만 감독·감시권을 무기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예산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신관치금융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서 이 같은 관치금융이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이 예산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한국거래소, 산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금융개혁홍보정책 광고예산을 떠 넘겨 온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이들 금융공기업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금융개혁정책 홍보를 지상파방송과 종편·케이블채널 등에 집행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을 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엔 금감원과 산업은행 등에 대해 지상파 3사에 금융개혁전반에 대한 소개와 핀테크 등의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의 광고를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기관별 광고비 지출내역은 금감원이 6억 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4억 원을 지출한 거래소였다. 이어 산업은행, 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가 각각 1억 원을 지출했다.

금융위는 올 1월에는 방송사까지 지정해주면서 작년보다 훨씬 많은 광고 집행을 금융공공기관에 요구했다. 올 1월에는 지난해 광고를 한 기관 외에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예탁결제원 등 4개 기관을 추가해 수십억 원에 이르는 금융개혁 대국민 홍보를 위한 방송광고를 집행토록 했다. 금감원과 예보 등은 각각 3억5천만 원을, 자산관리공사는 3억 원을, 산은은 2억원을 광고료로 썼고 다른 기관들도 수억 원씩을 광고비로 지출했다.

그 전에도 금융위는 금융단체에도 스스럼없이 이런 ‘갑질’을 했다.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금융투자협회 등 4개 금융단체가 지난해 금융위의 지시로 핀테크, 온라인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정책호보광고를 하면서 12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전문가들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금융 산업 환경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전신인 재무부가 업무시방서 등을 통해 해온 관치금융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말만 금융자율화지 광고를 집행해야하는 방송사까지 지정하는 금융위를 보면 재무부시절 한국은행을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라고 부른 것과 같은 관치금융이 여전해 금융 산업의 발전화 선진화를 가로막은 최대 장애물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금융공공기관의 사업내용에 금융위 정책홍보와 같은 내용의 유사한 광고계획이 잡혀있다고 하더라도 이 예산을 금감위 정책홍보 광고비로 사용하라고 지시한 것은 누가 은행의 주인인지를 헷갈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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