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특허기술 지켜내려면…

[러브즈뷰티 심재율 기자] 무형(無形)자산이 유형(有形)자산 보다 훨씬 중요해졌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다. 벤처기업이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부동산 담보를 요구하기 일쑤이다. 특허만 가지고 대출받기는 아직 요원하다.

그러나 지식산업시대에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특허, 상표, 디자인, 저작권, 영업비밀 등 무형자산을 말하는 ‘지식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이야말로 앞으로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자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식재산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와,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개선이 필요한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입문서인 ‘지식재산허브’가 나왔다.

지식재산허브

국회의원, 벤처기업인, 교수, 변리사, 판사, 변호사 등이 중심이 된 ‘세계특허(IP)허브국가 추진위원회’(공동대표 정갑윤 의원, 원혜영 의원, 이광형 카이스트 교수)가 발간했다. 우리나라가 지식산업 시대를 맞아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개선해야 하는지,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지식재산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설득하기 위한 책이다.

특허 침해가 유리한 법과 제도를 바꿔야

지식재산의 보호 육성 및 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박진하 건국산업 대표 만큼 온 몸으로 체험한 벤처기업인도 드물 것이다. 자신이 개발한 특허기술로 ‘나라를 일으키는’ 기업을 해보겠다고 회사 이름 마저 건국산업(建國産業)으로 지은 박 대표는 벤처기업의 특허기술이 짓밟히는 약탈의 현장을 직접 겪었다.

박 대표는 “지식재산 보호에 대한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문제점의 근본 뿌리를 보면, 지식재산을 합법적으로 돈 주고 사는 것 보다 침해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게 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허를 침해하는 대신, 합법적으로 돈을 주고 특허를 사는 것이 유리한 구조로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1차 목표이다.

불법적인 침해가 합법적인 지식재산 획득 보다 유리한 근원은 무엇인가? 문서제출 명령제도에 허점이 있다. 유형자산 시대에는 누가 시계를 10개 잃어버리면, 피해액이 얼마인지 권리자가 알 수 있다. 시계와 같은 유형자산의 법은 문서제출명령제도가 필요없다. 손해액의 근거를 잃어버린 권리자가 가졌기 때문이다.

무형자산 시대에는 이 논리가 안 맞는다. 특허를 침해한 사람이 특허를 이용해서 얼마에 팔았는지,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지 권리자가 알지 못한다.  법원에서 침해자가 가진 서류를 제출하라는 문서제출 명령제도가 있지만, 법원 명령에도 침해자가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 법원이 강제적으로 할 근거조항이 없다.

특허허브추진위원회의 노력에 국회의원들이 호응하면서 개정된 특허법은 문서제출 명령제도를 보강했다. 침해자가 판사의 문서제출 명령을 거부했을 경우, 지식재산 권리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사실로 인정한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특허허브추진위는 이것 가지고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허 침해해서 이익을 본 만큼만 배상하기 때문이다. 특허를 침해해서 돈을 벌고 나중에 재판에서 들통이 나서 물어 내면 결국 후불로 비용을 내는 셈이다.

지3 보호가 핵심

불법적인 특허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징벌에 해당하는 금액을 물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고의로 침해했을 경우에는 손해액의 3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기도록 하는 것이 20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다. 이럴 때 특허권자의 독점권과 배타권이 보장돼 우수한 것을 발명한 사람이 기술이전을 하고 사업화를 하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것이 특허허브국가가 추진하는 1차 목표이다.

다음으로 법원에서 손해배상 판단이 잣대가 통일되어야 하는데 잣대가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1심에 해당하는 잣대가 58개 지방법원, 2심 항소심이 23개 법원 등 모두 81개의 잣대가 있었다. 미국은 수많은 지방법원이 있지만 2심 항소심은 미국연방 항소순회법원(CAFC) 한 곳에서 통일된다. 1심 재판부가 아무리 많아도 2심이 한 곳으로 모아져서 특허잣대가 하나로 모아지기 때문에, 특허재판이 일관성이 있고 예측 가능한 재판이 되어서 오늘날 미국이 전세계 세계최강의 지식재산 강국이 되는 토대가 됐다.

특허허브추진위원회의 노력에 따라 이렇게 복잡한 특허소송의 수많은 잣대는 훨씬 간소화해서 1심은 고등법원급이 있는 5개 지방법원(서울 대전 광주 대구 부산) 5개로 관할 집중됐고, 2심은 특허법원 한 곳으로 집중됐다.

지식재산을 매개체로 동북아  공동체의 평화 이뤄야

특허허브국가위원회가 추진해야 할 2단계 목표는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동북아시아에 초점을 맞췄다. 지식재산 분야만 보면 한중일 3개국이 전세계 지식재산 5위 안에 다 들어있다. 한중일 3개국은 지식재산에 대한 출원·심사·등록을 제각각 하는데 , ‘동북아 지식재산청’을 만들어서 공동으로 출원하고 심사하는 지식재산 공동체를 만들자고 이 책은 주장한다.

대신 등록은 한중일 각각에서 한다. 동북아 지식재산청이 생기면 특허무효심판이나 특허침해소송이 일어났을 때, 한중일이 각국 법원에서 1심을 하고, 2심은 한군데 모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특허허브 국가로 만들자는 구상은 ▲동북아 지식재산청 ▲동북아 지식재산 재판소 ▲동북아 지식재산 분쟁조정센터 ▲동북아 지식재산 거래소를 우리나라에 유치해서 동북아 3개국이 지식재산 분야에서 통합을 이루자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유럽연합에서 보듯이 전쟁을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공동체의 토대로 발전해, 동북아평화공동체를 구축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지식재산허브’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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