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지원 단국대 IT법학협동과정 연구원 ]

2020년, 우리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위해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 신용카드,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 데이터·영상 정보를 활용해 전방위적으로 확진자의 동선과 밀접 접촉자를 추적했다.

정부는 6월 초부터 클럽 등 유흥시설 출입에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를 활용할 방침도 밝혔다. 2020년 3월 9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데 우려를 표한다”라며, “확진자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 공개하고, 확진자의 내밀한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일부 법조계와 시민단체에서 “방역을 명분으로 정부가 갈수록 더 완벽한 감시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라며 정부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는 가운데, 정부의 중앙집중형 개인정보 수집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확진자 동선 및 밀접 접촉자를 효율적으로 추적하는 방법이 있는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한국과 중국처럼 휴대전화, CCTV,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총동원해 확진자의 위치정보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이는 “정부가 빅브러더가 된다”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면,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시하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블루투스 방식을 선호한다. 블루투스 방식은 휴대전화 블루투스를 켠 사람들이 서로 일정 거리 이내로 들어가면 각 휴대전화의 고유한 코드가 주변 휴대전화에 모두 저장된다.

이 방식은 ‘중앙집중형’과 ‘분산형’으로 나뉜다. 중앙집중형은 甲이라는 사람이 확진자가 되면, 정부에서 甲의 블루투스 수신 내역을 파악해 甲과 접촉한 이들에게 확진자 접촉 사실을 알려주고 자가격리 등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분산형은 정부에서 甲의 휴대전화 고유코드를 일반에 공지하고, 甲이 확진자이니 각자 휴대전화에서 甲의 고유코드가 수신된 적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중앙집중형과 분산형의 차이는 정부가 중앙에서 확진자와의 접촉 사실을 확인해서 접촉자들에게 알려주느냐, 개인이 각자 확진자와의 접촉 사실을 확인하느냐는 점이다. 이러한 분산형은 구글(Google)과 애플(Apple)이 함께 개발해 5월 출시한 코로나 추적 앱에 적용됐다. 위치정보 추적 방식보다는 블루투스 중앙집중형이, 중앙집중형보다는 분산형이 개인이 자유를 더 보장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방역 앱을 다운받지 않거나 블루투스를 꺼 놓은 경우 등 개인의 자발적 협조가 부족하면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정보보호대학원)는 “한국은 프라이버시를 희생하면서 방역을 잘한 나라로 인식될 수 있고, 서구는 프라이버시는 보호하지만, 방역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방역이라는 공익과 프라이버시라는 사익 충돌에 대한 절충은 많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와 안전, 프라이버시와 건강권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도 “사람들에게 프라이버시와 건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문제의 뿌리”라며, “우리는 프라이버시와 건강을 함께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팬데믹 정부’는 일상생활에 부적합함을 인식하여 큰정부의 권한남용을 견제해야 한다. 공중보건이라는 공적 가치를 위해 프라이버시라는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국제인권법」상 통신 감시의 원칙인 필수성(necessary)과 비례성(proportionate)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또한, 큰정부가 되면서 권한이 커진 만큼 국가인권위원회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국가기관들이 정부의 권한 오남용을 철저히 견제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본권 제한을 위한 법 규정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개정해야 한다. 예컨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상 방역활동 근거 규정의 내용은 추상적이다. 예컨대, 동선 공개 여부 결정 주체, 공개 대상 정보, 공개 범위, 정보 보관 기간과 폐기 절차, 정보 처리와 이의 제기 절차, 배상 문제까지 모두 명확해야 한다.

[데일리비즈온 김성식 기자]이러한 내용을 법률에서 위임한다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사생활에 제한을 가하는 수단으로서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근거 규정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술한 것처럼 분산형 블루투스 방식을 활용하여 확진자 동선 및 밀접 접촉자를 추적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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