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이호진 전 회장의 ‘제왕적 경영문화’가 깊숙이 베인탓
금감원 ‘경영유의’ 조치에도 방만한 보험자산관리 여전…보험료 올리는 요인

▲이호진 전 회장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흥국생명이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배불리기를 위해 고객의 보험자산을 올바르게 운용치 않아오다 금융감독원의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는데도 좀처럼 시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흥국생명의 재산을 오너일가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빚어 회사건전성을 악화시킬 뿐더러 보험계약자들에 대한 보험료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금감원은 지난 1월 흥국생명에 대해 가격 적정성을 검증하지 않고 오너일가 개인회사로부터 고가의 김치나 와인 등을 수의계약으로 매입했다는 이유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라는 ‘경영유의’ 조치를 취했다.

흥국생명은 그동안 오너일가의 배불리기 일환으로 일감몰아주기를 관행적으로 해오는 과정에서 보험자산관리를 방만하게 운용해온 결과가 빚어진데 따라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것이다. 흥국생명은 올해도 김치, 와인, 커피 등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제공했다. 흥국생명뿐만 아니라 흥국화재·태광산업·티브로드 등도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로부터 김치를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한 해 두 차례씩 전달해 왔다.

흥국생명이 최근 성과급으로 대체해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총각김치와 더치커피는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춘천 소재 골프장 휘슬링락CC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와인의 경우 이호진 전 회장의 부인인 신유나 씨와 딸 이현나 씨가 소유하는 와인 전문기업 메르뱅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내부거래에서 값은 시장가격에 비해 턱없이 비싼 편이다. 흥국생명 임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전달된 배추김치와 총각김치의 가격은 10kg 한 통에 19만5000원. 시중에서 판매되는 김치 10kg이 5만원에서 10만 원 선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싼 수준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거래는 휘슬링락CC가 소속된 티시스가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가능했다. 티시스는 이호진 전 회장(51.02%)과 아들 현준씨(44.62%), 부인 신유나씨와 딸 현나씨(각 2.18%)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오너개인회사의 김치를 대량으로 사주는 일감몰아주기에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계열사에 김치를 판매해 올린 수익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티시스의 전체 내부거래 비율과 금액은 지난해의 경우 76.6%인 1623억 원)에 달했다. 오너일가는 이같은 일감몰아주기로 거액의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은 금융당국의 유의조치에도 잘못된 자산관리를 시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휘슬링락CC는 금융당국의 조치에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흥국생명에 김치를 떠넘기고 있고 흥국생명은 오너의 사익추구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개선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과연 흥국생명이 이를 시정할는지는 알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도 흥국생명에서 방만한 자산관리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직원들 사이에는 ‘올 가을에도 김치를 받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분적으로 개선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여전히 김치나 와인 등 내부거래를 줄일 계획이 없어 개선될 때까지 경영영의 조치를 취할 계획으로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민주노총·희망연대노조 등 7대 단체가 모인 ‘태광그룹 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는 태광그룹 오너일가의 불공정거래를 바로잡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에 대한 그룹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해달라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오너일가의 배불리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비록 경영후선으로 물러나 있지만 아직도 막후에서 ‘제왕적 오너’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이 전 회장의 지시나 명령을 거부할 수 없고 충성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풍토다.

이 전 회장은 총수로 경영일선에 있을 때에 ‘무소불위’의 존재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그가 비록 경영일선에서 퇴진했지만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그의 위세는 예전과 다름없다고 태광그룹의 주위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흥국생명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이 전 회장의 말 한마디면 능력이나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퇴진해야 하는 ‘파리 목숨’신세였던 ‘잔혹사’는 그 실례다.

이 전 회장 재임 시에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CEO 임기는 굉장히 짧았다. 흥국화재는 2006년 쌍용화재를 인수한 이후 최근 10년간 대표가 9명이나 된다. 정식 임기인 2년을 채운 사람은 2명 정도에 불과하다.

흥국생명의 경우 지난 2005~2010년 6명의 대표가 거쳐 갔다. 임기가 1년도 채 안 되는 셈이다. 그나마 2014년 6월 취임한 김주윤 현 대표가 장수하는 셈이다. 보험업계에서 보험사 대표들 임기는 대개 2년 또는 3년이고 1년 또는 2년씩 연장되는 구조에 비춰보면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CEO 임기는 매우 짧은 편이다. 이 전 회장의 제왕적 경영에 의한 인사권 남용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뗐는데도 태광그룹에서 오너일가의 배불리기를 위한 일감몰아주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시민단체나 노조 등에서는 이 전 회장의 ‘보석 경영’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회장 직함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격 경영을 통해 일가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즉 오너일가의 사익추구 문제 등에서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는 이 회장의 ‘제왕적 경영’이 뒷전에서 지속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태광 측은 이런 의사결정이 이 전 회장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대표이사 선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측은 이호진 전 회장의 원격경영의 소산으로 보고 있다. 그가 표면적으로는 경영에서 손을 뗀 모양새지만 회장 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으며 경영을 해 오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 전 회장은 1400억 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그러던 2012년 6월, 건강에 이상이 발견돼 수감 6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법원은 보증금 10억 원과 이 전 회장의 거주지를 자택과 서울아산병원으로 제한한다는 허가 조건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회장 직함을 내려놨다.

흥국생명이 고객자산관리를 허술하게 해온 나머지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보험료로 전가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일감몰아주기는 청산돼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을 포함한 태광그룹에서 제왕적 경영문화가 남아있는 한 흥국의 정도를 걷는 자산관리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나 금융당국이 태광그룹의 내부거랭에 의한 오너일가의 사익추구에 제동을 걸기위해 어떤 대책을 강구할는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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