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피직스 입문 : 가상과 현실의 중첩”

[DAILY BIZON 최인호 기자] 세종대학교(총장 배덕효)와 세종연구원(이사장 김경원)이 공동으로 6월 16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초청해 “파타피직스 입문 : 가상과 현실의 중첩”이라는 제목으로 세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강연에서 진 교수는 “오늘날 인간의 의식은 영상으로 빚어진다. 텍스트 중심의 인문학은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돼야 한다. 이는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 교수는 “‘파타피직스’(pataphysics)는 디지털의 문화이다. 가상이 또 다른 양상의 현실로 여겨질 때 은유와 실재가 중첩된 ‘파타피지컬’한 상태가 발생한다. 한때 초현실주의의 미학적 원리였던 ‘파타피직스’가 오늘날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원리가 되었다. 파타피지컬한 인터페이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해온 세대는 당연히 ‘현실’에 대한 관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가상에 실재의 지위를 부여해 가짜를 진짜처럼 대우해주고, 실재에 가상의 지위를 부여해 현실을 거대한 게임으로 바꾸어놓는 데에 익숙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이미지는 역사적으로 선행한 두 이미지, 즉 사진과 회화를 하나로 통합한다. 최근 회화적 사진이 귀환한 것은 그와 관련이 있다. ‘카메라의 눈’은 이제 ‘컴퓨터의 눈’으로 대체된다. 이에 따라 몽타주에 기초한 모더니즘의 ‘파편성의 미학’은 디지털 합성에 기초한 ‘총체성의 미학’으로 진화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사진에서는 사진매체의 본질로 여겨졌던 지표성이 사라진다. 디지털 사진은 일종의 그래픽이고, 그래픽 이미지는 굳이 피사체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로써 디지털 사진은 현실의 ‘기록’으로서 성격을 잃는다”며, “오늘날 보도사진은 예술작품으로 변용되고, 역사는 서사와 오락의 소재로 전락하고, 과학의 실험은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을 닮아가고 있다. 실재는 위기에 처했다. 다큐멘터리 의식은 약화되고, 역사주의의 의식은 설 자리를 잃는다”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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