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외국인자금 대거유입과 주요국의 환율전쟁 때문…수출회복에 ‘찬물’

▲ 수출선박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원화의 돈 가치가 그만큼 평가절상 되는 것으로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원화가치의 상승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의 성장을 압박하는 돌발변수로 떠올랐다. 우리경제의 가장 큰 성장변수인 수출이 장기간 부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절상은 수출회복을 어렵게 하면서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1100원대가 깨졌다.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이 자국 수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해 돈을 풀어 통화가치를 낮추는 ‘환율전쟁’ 와중에 원화의 평가절상은 추세적이라는 점에서 수출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지난달 초 1140원대로 떨어진 후 지난달 말 1120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28일 1124.4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9개월 만에 최저점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확실한 신호가 나오지 않은데 영향을 받았다.

이달 들어서도 미국의 일부 경제지표의 부진과 대선 일정 등으로 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환율 하락세에 속도가 더 붙었다. 그러다가 10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의 1,100원대가 무너졌다. 지난 6월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지난 4일까지 원화는 달러화 대비 3.3% 평가 절상됐다.

브렉시트 후 외국인자금이 대거 밀려들면서 달러화가 시중에 풀린 게 절상 압력으로 작용했다. 브렉시트 충격에 대응해 주요국 통화당국이 돈줄을 푸는 통화정책 기조를 밝힌데 따라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4조2160억 원 가량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만큼 시중에 풀린 달러가 원화가치를 상승시킨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도 원화절상을 가속화 시켰다.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우리경제가 3% 정도의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결코 낮게 보지 않고 있는 가운데 S&P 의 신용등급상향조정은 외국인자금유입을 더욱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

S&P가 한국 신용등급 상향 소식 이후 외국인들은 매수 강도를 더욱 확대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달 7일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3조7536억 원에 달했다. 코스피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외국인의 대거 사자세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원달러환율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이 대선 국면이라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선거 국면인 만큼 표심에 따라 자국 산업보호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달러화는 약세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원화 절상 압력에 나서는데다 대선 국면이기도 해서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원화의 평가절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추락하면서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환율하락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일본(4.3%) 브라질(4.5%) 남아공(5.1%)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요국의 통화가치가 원화보다 덜 절상됐거나 오히려 절하된 점이다. 그만큼 우리수출의 가격경쟁력약화를 초래해 가뜩이나 불안한 수출에 큰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업계는 그동안 환율과 수출간 상관관계가 떨어지긴 했지만 원화 강세에 불안한 모습이다.  우리 수출이 사상 최장인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가치상승은 수출회복세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출이 부진하면 기업실적도 악화된다. 기업실적악화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경기회복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가치절상이 올해 경제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주요변수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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