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27일 농협금융 회장에 김광수씨 선출
-임기 5개월 남은 가운데 경영 공백 불가피한 상황
-임종룡과 동일해 고위 공무원 재취업 창구로 전락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임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임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DAILY BIZON]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23일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만장일치 단독 추천, 27일 최종 확정됐다. 김 회장의 임기는 12월 1일부터 3년간이다.

김 회장은 전형적인 경제관료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그는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고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재정경제부 국세조세과장,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공직을 떠난 뒤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맡던 중 재작년 4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관료 출신인 김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초대 신충식 전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관료 출신이다.

그런데 최근 금융 유관 기관장에 금융 관료 출신들이 임명되면서 은행연합회 역시 회장 인선 역시 구설에 올랐다. 후보 물색 과정에서부터 거물급 관료 출신들이 거론되면서 ‘관피아’ 논란에 불이 붙은 것.

관피아 논란으로 물망에 오른 후보들의 입후보 고사가 이어진 가운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 바로 김 회장이다. 안팎에선 김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적임자라는 여론이 조성됐다. 농협금융지주라는 민간 금융지주를 이끌었기에 관료 출신이라는 이미지도 일정 부분 희석됐을 뿐만 아니라 출신 성분의 특이성으로 민관의 입장을 중재하기에 더 없는 적임자라고 평이다.

자연스레 김 회장 대망론이 굳혀졌고 결국 은행연합회는 만장일치로 김 회장을 선출했다. 현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기에 관피아 논란은 한층 덜어놓을 수 있으며 관 출신이기에 대관 능력 역시 기대해 볼 만하다. 

문제는 농협금융지주다. 김 회장의 은행연합회 회장 선출로 농협금융지주는 당장 수장 공백 현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 회장의 농협금융지주 회장직 임기 만료는 본래 내년 4월으로 약 5개월의 경영 공백이 예상된다. 농협금융은 김인태 부사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 후 내달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혼란이 불가피하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 같은 농협금융의 경영 공백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2015년 임종룡 전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약 두 달 동안 경영 공백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당시에도 농협금융지주는 대행체제를 유지했다.

때문에 농협금융지주는 직무대행 체제와 차기 회장 선출 등을 예고하고 있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외부에서 이를 살펴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복수 금융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금융지주 최고 수장의 자리를 이렇게 쉽게 비워선 안 된다. 

임 전 회장과 김 회장 모두 고위 경제 관료 출신이다. 농민 지원을 최대 목적으로 하는 농협 소속인 만큼 농협금융지주 역시 마찬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정부와의 접점이 많을 수밖에 없는 특별한 상황이다. 여론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고위 경제 관료의 농협금융 수장 취임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회장님의 영전에 따른 경영 공백 발생은 벌써 두 번째다. 이쯤 되면 의문점이 드는 대목이다. 고위 경제 관료들의 자리가 된 농협금융회장직이 고위 경제 관료들의 재취업 창구가 된 것이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은행권이 코로나19라는 악재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중차대한 사안이 많기에 정부와의 중재자 역할을 할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남은 임기가 적지 않은 가운데 황망히 자리를 떠나 버리면 소는 누가 키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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