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결국 부분파업…9년 연속 기록
-빛바랜 현대자동차 2년 연속 무분규 합의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제철 임단협 난항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기아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기아차)

[DAILY BIZON]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는 9년 연속 파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 다른 계열사 노조의 파업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 노사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정 회장의 해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기아차 노조 부분 파업에 돌입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부터 사흘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7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임단협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9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24일부터 27일 주‧야간 근무조가 하루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파업으로 기아차는 약 8000대 규모의 생산 손실이 예상된다.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파업하지 않을 경우 성과급 150%와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우리사주 지급 등의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사측에 고용안정방안, 정년 연장, 잔업 30분 임금 보전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파업으로 이어졌다.

현재 기아차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연장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임단협과 관련해 사측과의 협의를 통한 교섭 일정 등은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부분파업으로 기아차 노조는 9년 연속 파업을 이어나갔다. 같은 계열인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나갔다는 점에서 대조적인 상황이다. 현재 기아차 노조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 최종태 지부장 당선 이후 2년 연속 파업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28시간 파업으로 약 1만 대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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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 현대차 제외하면 임금협상 난항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일 현대차 울산공장 영빈관에서 현대차 노조와 만났다. 이날 만남에는 정 회장과 이상수 노조 지부장 외 하언태·이원희 사장, 장재훈 부사장 등 현대차 경영진도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회장의 노조 방문은 지난 2001년 정몽구 전 회장의 방문 이후 19년 만이다.

현대차는 최근 사측과 노조의 화합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 격렬한 대립이 아닌 동방 생존을 위해 새로운 노사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 노조는 11년 만의 임금 동결을 받아들이며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도출했다.

정 회장이 직접 현대차 노조를 방문하며 노사 소통 물꼬를 틔우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기아차 노조는 9년 연속 파업을 선택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아차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타 계열사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를 제외하면 계열사들이 임단협 난항이 이어지고 있고.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제철이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지만 노사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제철.
현대제철.

◇ 쟁의권 확보한 계열사 일촉즉발

현대차그룹 계열사 연쇄 파업 가능성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이 계열사 노조 중 일부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황. 임단협 협상이 지연될수록 실제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로템의 경우 이미 지난달 22일 쟁의권을 확보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92%에 달하는 찬성표를 얻으며 파업권을 얻었다. 현대위아 역시 지난달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찬성률이 90%에 달했다.

현재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들이 현대차와 같이 정 회장에게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3일 계열사 노조들이 공동성명을 내고 “그룹 실적과 성장에도 그룹을 구성하는 각 계열사 노사 관계는 성숙하지 못한 채 회사의 일방통행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총수의 교체가 회장의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라 그룹의 고질적 관행과 노사 관계의 경직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를 제외하고 기아차,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제철이 임단협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에 현대차의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도 빛이 바랬다”면서 “현대차 계열사 노조가 공동성명을 내는 등 사측 노사 관계에서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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