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이낙연 더민주당 대표 사무실 점거
-노조원들 “중대재해법 촉구” 점거 농성 불사
-사망사고 책임 CEO…건설사 긴장감 ‘최고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하는 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하는 민주노총.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해당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법으로 국회에선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건설업계 등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 자칫 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건설노조 등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며 당론화를 촉구하고 있다.

◇ 이낙연 사무실 점거한 건설노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들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무실과 전국 민주당 사무실을 점거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대표 사무실은 이영철 건설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 3명이 점거했고, 다른 노조원들은 민주당 서울시당, 경기도당, 인천시당 등을 비롯해 10여 곳에서 농성을 벌였다.

건설노조는 이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동시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기업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정의당이 내놓았다. 심상정 대표 등 정의당 의원 6명이 지난 9월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힘을 쏟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계의 숙원이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주나 경영주에 책임을 묻는 등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무실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건설노조 이영철 위원장(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간부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무실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건설노조 이영철 위원장(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간부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 건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난색

정의당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후 여당인 민주당 역시 찬성의 뜻을 표했고, 이낙연 대표는 이를 당론으로 처리하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장이 하루 만에 뒤바뀌었다는 것.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이 내놓은 원안에서 처벌 수위를 경감한 법안을 발의했고 이에 건설노조가 이낙연 대표 사무실을 점검하는 등 항의에 나서게 된 것이다.

현재 전체 산업 중 건설업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법안 자체가 최근 택배 노동자 사망 사고와 건설업계의 산재 사고에서 비롯된 상황. 전체 산업 현장에서 긴장하고 있는 사안이긴 하지만 건설업계 일각에선 건설사를 옥죄는 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9월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총 661명 중 52%인 349명이 건설업계에서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 입장에선 법안 제정이 아닌 입법 논의만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벌 수위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의 지속적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 사업주 처벌 형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러한 가운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또 도입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과잉처벌이며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상정 대표 등 정의당 의원 6명이 지난 9월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심상정 대표 등 정의당 의원 6명이 지난 9월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정부, 집단소송제 도입 큰 부담

건설업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에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집단 소송은 이전까지 주가조작 허위 공시 등 증권 분야에만 도입됐던 제도다. 정부는 집단 소송을 증권을 넘어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집단 소송제 역시 전 산업이 긴장할 수밖에 없지만, 건설업계의 부담이 더욱 크다. 건설업계의 주된 분쟁은 아파트 하자다. 올 상반기 국토교통부 하자분쟁위원에 접수된 하자 접수 건수는 2226건으로 분쟁이 모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중 일부가 소송으로 이어진다 해도 결코 작은 수는 아니며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가 함께 적용되기 때문에 하자 분쟁 소송에 따른 비용 지출이 막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집단 소송제 도입 시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소형 건설사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소송 비용을 등을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지만 중소형 건설사는 감당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집단 소송제 등은 코로나19로 고전하고 있는 건설업계에 위축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취지에는 공감하나 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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