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인수 놓고 ‘외통수’ 빠진 독일계 기업
-배민+요기요, 배달 시장 점유율 90% 달해
-공정위 의지 확고…12월 9일 ‘최후의 심판’

베를린 딜리버리 히어로 본사.
베를린 딜리버리 히어로 본사.

[데일리비즈온 박기혁 기자]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의 국내 1위 배달업체 ‘배달의민족’ 인수에 제동이 걸렸다. DH가 자회사로 업계 2위 요기요를 소유하고 있는 가운에 배달의 민족을 인수해 통합할 경우 해당 배달애플리케이션 시장점유율은 90%를 웃돌게 된다. 기업결합심사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점유율’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 배달의민족 인수는 DH의 ‘요기요’ 매각을 전제로 한다며 사실상 ‘불허’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 

◇ 공정위 “DH, 요기요 팔아라”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애플리케이션 시장 2위 요기요를 갖고 있는 DH의 ‘배달의민족’ 인수합병에 제동이 걸렸다. DH는 지난해 12월 배달애플리케이션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4조 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단은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낸 심사보고서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DH의 우아한형제들의 인수를 조건부로 허용했다. DH의 자회사 ‘요기요’를 매각하면 우아한형제들의 인수를 허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요기요는 DH의 100% 자회사다. 독일계인 DH는 아시아 배달 서비스 사업에 주목해 2012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독일에서 운영 중인 배달 서비스 사업을 매각해 마련한 대금의 일부를 요기요에 투자하는 등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공정위는 DH의 시장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간 결합으로 시장 점유율 50%를 넘길 경우 기업 결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결합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이 90%를 웃돌게 된다는 점이다.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

◇ 독과점 문제 해결해야 M&A

업계는 공정위의 조건부 허용을 사실상 ‘불허’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 공정위 전원회의 등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DH 입장에서 요기요 매각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DH역시 매각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전원회의서 공정위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DH는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당시 업계는 공정위가 가맹점 수수료, 배달료 인상 등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한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기술(ICT)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조건부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특히 2009년 이베이가 지마켓을 인수한 사례가 있었기에 성사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당시 이베이는 이미 옥션을 인수한 상황에서 지마켓 인수를 추진했다. 이베이의 지마켓 인수가 성사되면 시장 점유율은 87%였다. DH와 마찬가지로 독과점 문제가 불거졌고 공정위는 2년간의 심사 끝에 판매수수료율 인상 금지 등을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업계는 코로나19가 공정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요식업계가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론은 수조원에 달하는 거래에 따른 시장 독과점 업체의 탄생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 공정위 설득이 중요한 DH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는 12월 9일 예정된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DH는 요기요 매각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인수 당위성에 대한 새로운 논리를 바탕으로 공정위를 설득해야 한다.

2009년 이베이의 지마켓 인수가 주요 사례로 지목된다. 이커머스 초창기 당시 이베이의 지마켓 인수는 독과점 우려를 낳았지만, 현재 새로운 시장 참여자의 등장으로 당초 우려됐던 독과점 현상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DH는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공정위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결국 DH가 공정위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의 시장 점유율은 약 60%로 요기요를 포기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월적 시장 지위가 확고한 상황이다. 인수 무산에 따른 피해보다는 요기요를 매각하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독과점 방지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DH 입장에선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2012년 이후 공을 들여온 요기요 매각 또한 쉽지 않아 외통수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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