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구 실증비행 모두 중국 이항사 제품으로
-현재 국내 제조사 중 실증비행 가능 개발력 없어
-국내 드론 시장 중국 점령 중…자생력 강화 시급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오전 10시 여의도에서 도심항공교통(UAM) 서울 실증 행사 ‘도시, 하늘을 열다’를 개최하고 ‘드론 택시’ 실증 비행을 실시했다.  비행 중인 드론 택시.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오전 10시 여의도에서 도심항공교통(UAM) 서울 실증 행사 ‘도시, 하늘을 열다’를 개최하고 ‘드론 택시’ 실증 비행을 실시했다.  비행 중인 드론 택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기혁 기자] 최근 서울과 대구 하늘을 ‘드론 택시’가 누비며 이목을 끌었다. 심각한 교통체증 문제 해결 방안으로 거론되는 ‘도심항공교통(UAM)’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듯한 모습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러한 드론 택시 시범 운행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드론 택시가 ‘중국산’이었기 때문이다.

◇ 국내 첫 드론택시 비행 시연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11일 오전 10시 여의도에서 UAM 서울 실증 행사 ‘도시, 하늘을 열다’를 개최하고 ‘드론 택시’ 실증 비행을 실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2인승급 ‘드론 택시’가 사람 대신 80㎏의 쌀가마니를 싣고 50m 상공에서 약 7분 동안 여의도 한강공원, 서강대교, 밤섬, 마포 일대 등 약 3.6㎞를 비행했다.

16일 대구에서도 드론 택시 실증비행 행사가 열렸다. 이번엔 대구시와 국토교통부가 개최했다. 서울에서의 비행과 마찬가지로 이날 드론 택시는 사람 대신 80㎏의 쌀가마니를 싣고 비행했다. 이날 드론 택시는 상공 30m로 ‘수성못’ 상공 2㎞를 초속 10m 속도로 약 6분간 비행했다.

두 번에 걸친 실증비행의 목적은 국민에게 드론 택시 상용화의 현실성과 복수의 드론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관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우리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드론 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드론 택시 등 UAM은 도심 내 교통체증 문제 해결은 물론 막대한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는 UAM 시장이 2030년 3321억 달러, 2040년 1조 4739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 상공에서 비행 중인 드론 택시. 
대구 상공에서 비행 중인 드론 택시. 

◇ 하늘 드론 알고보니 중국산

서울과 대구에서 드론 택시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하는 실증비행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상상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 실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쉬운 목소리도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과 대구에서 행해진 실증비행 모두 중국 이항(e航) 제작한 드론 택시였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실증비행에 중국산 드론 택시를 사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국내 제작사들은 이항사의 드론 택시와 같은 시연 비행이 가능한 드론 택시를 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드론 택시를 실증비행 행사장에 전시한 수준이다.

국내 업체는 현재 대부분 소형 드론을 제작하고 있다. 서울에서의 실증비행 당일 국내 업체가 개발한 소형 드론 6대가 교통 상황 등을 체크하며 비행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UAM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 탑승 가능한 대형 드론이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드론 택시 개발 기술은 중국과 비교해 4~5년가량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드론 택시의 상용화 시기를 오는 2025년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개발업체인 현대차의 상용화 가능 시점은 2028년. 격차를 메우지 못하면 국내 UAM 시장은 중국산 드론 택시가 점령하게 된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주변에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개최로 열린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비행 행사에서 중국 이항사의 드론택시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주변에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개최로 열린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비행 행사에서 중국 이항사의 드론택시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 “中 부품 사서 조립하는 수준”  

현재 중국은 드론 시장에 있어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실증비행에 쓰인 드론 택시를 개발한 이항은 개인용 비행체 제조 기술 보유 업체 중 최고로 꼽힌다. 이미 호주와 캐나다 등에 개인용 비행체를 수출하고 있다.

UAM 시장뿐만 아니다. 지난 4년간 6배 이상 성장한 국내 드론 시장은 사실상 중국산 드론이 점령한 지 오래다. 완구, 레저용 드론의 90% 이상이 중국의 DJI사 제품이다. 농업용과 산업용 드론 역시 DJI 제품이 90%, 70%를 차지하고 있다. DJI는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 드론 제조사의 한국 시장 점령은 정부의 규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분야 드론시장에 중견 및 대기업 진입을 제한해 왔다. 중소기업 육성이 목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같은 정책이 국내 업체의 드론 개발력 발전을 저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공공조달 시장에 중견 및 대기업 진입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단순히 드론 개발력뿐만 아니라 부품 제조에서도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면서 “우리 업체 역시 대부분이 중국산 부품을 사서 조립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개발력이 한창 뒤지고 있는 상황으로 자생력을 기르지 못하면 국내 드론 시장과 UA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