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한진그룹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 중
-대한항공, 한진칼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가능
-독과점 우려 논란 속 경영권 분쟁 새국면 맞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비행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비행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기혁 기자] 한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검토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철회함에 따라 표류하고 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한진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 현재 산업은행은 결정된 것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인수가 성사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두 국적 항공사가 한 지붕에 있는 만큼 항공업 생태계가 파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 산은, 아시아나 새주인 찾기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되면서 산업은행과 정부부처는 한진그룹과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11월 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그해 12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성사되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를 요구하는 등 갈등을 빚다가 결국 매각이 불발됐다.

현재 산업은행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논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써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산업은행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검토 중이 확정된 바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산업은행은 현재 확정된 바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인수 거래 방식이나 이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식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진이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최상단에 위치한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확정된 바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인수 거래 방식이나 이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식까지 거론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현재 확정된 바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인수 거래 방식이나 이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식까지 거론되고 있다.

◇ 빅딜 성사되면 ‘공룡그룹’ 탄생

한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식까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항공업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항공여객 점유율은 54%에 달한다. 범위를 좁혀 미주노선, 주요 화물노선을 놓고 보면 점유율은 75%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진이 국내 항공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게 되는 것이다.

한진의 항공시장 독과점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최대 변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결합 승인하는 공정위는 결합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웃돌 경우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

다만 점유율 높다고 기업결합 외 회생 가능성이 없을 경우에는 이를 예외로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4월 공정위는 이 같은 논리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한 바 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외에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인증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가 경영권 분쟁의 새 국면을 만들고 있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가 경영권 분쟁의 새 국면을 만들고 있다.

◇ 한진가 경영권 분쟁 불가피

한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부정적 관측보다 긍정적 관측이 많다. 코로나19라는 악재와 인수에 따른 비용 발생이 예상되나 근본적으로 한진의 시장 지위가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 역시 이같이 분석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KCGI는 13일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입장’을 내고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KCGI는 “산업적 시너지와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와 투명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진칼은 기발행된 신주인수권의 행사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진칼 지분 구조는 조원태 한진 회장측이 41.4%, KCGI측이 46.71%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상황은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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