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작업 책임 택배회사 몫

한 택배회사 물류 터미널에서 택배 기사들이 자동 분류기를 통과해 나온 택배 물건을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택배회사 물류 터미널에서 택배 기사들이 자동 분류기를 통과해 나온 택배 물건을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앞으로 택배기사들에게 통금 시간이 생긴다. 올해만 택배기사 10명의 과로사 소식에 이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도마 위에 오른 이후 정부가 밤 10시 이후 배송을 금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 청와대는 당·정·청 회의를 열고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등 이른바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해 내년 1조 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의 대책은 지난 8월 한국통합물류협회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 4개 택배사의 ‘택배기사 휴식권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 내용을 토대로 보강했다.

우선 주간 택배기사의 밤 10시 이후 심야 배송이 제한된다. 밤 10시가 되면 택배 업무를 위한 앱이 작동되지 않는다. 시간 안에 배송되지 않은 물건은 ‘지연배송’처리되며 수령인에게 양해 문자가 발송된다. 다만 예외도 있다. 상할 우려가 있는 식품 등은 심야 배송이 허용된다.

이로 인해 발생할 택배기사에 대한 부당 처우도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있다. 지연배송을 이유로 택배기사가 계약 갱신이 거절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작업시간 관리 제도 등을 평가 기준에 포함할 방침이다. 또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택배 전용차를 늘리는 것도 규제된다.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택배기사 보호 대책을 담은 생활 물류 서비스발전법을 이르면 올해 안에 제정한다. 이후 공포 6개월 뒤 시행할 방침이다. 시행되기 이전부터 심야 배송 중단을 선언한 택배사들이 있다. 한진은 이달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내달부터 심야 배송을 금한다.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한 유통사는 심야 배송이 제한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쿠팡친구라는 배송 인력을 직고용한 쿠팡과 신세계가 운영하는 SSG닷컴 등이다. 쿠팡 소속 배송기사는 자사 물품을 배송하는 근로자이기 때문에 기존 택배 기사들처럼 특수고용직 보호 대책이 아닌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택배기사의 소득이 줄어들 것을 보완하기 위한 택배비 인상 논의도 이루어질 방침이다. 2002년 택배비는 건당 3265원이었다. 기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1200원이었는데 지난해엔 오히려 이보다 적은 2269원(수수료 800원)으로 나타났다.

택배비 인상 논의는 정부가 주도해 사업주, 소비자, 노동자 등이 참여하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협의회’를 구성한 뒤 택배비 인상 등을 구체화해 내년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움직임에 국민권익위원회는 162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대다수인 73.9%가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전제로 가격 인상에 동의’에 응답했다.

다만 정부가 시장 경제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택배사들의 경쟁으로 인한 택배 가격 하락을 정부가 억지로 개입해 혼선을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으로 있을 인상 논의 과정에서 적정선이 얼마인지를 두고 말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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