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發 부산-경남은행 합병설 해프닝
-김지완 회장 ‘합병’ 말했다 노조 반발에 백기
-“공식 입장 아니다”…속내인가 말실수인가?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 (사진=BNK금융그룹)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 (사진=BNK금융그룹)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BNK금융그룹의 부산‧경남은행 합병설이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김지완 회장의 말실수로 시작된 합병설에 경남은행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않은 합병은 불가하다는 얘긴데, 지역 정가까지 합병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내부적으로 합병을 검토한 적도 없으며 김 회장의 발언은 공식적인 게 아니라는 해명했지만, 그 진정성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 회장 말실수가 부른 해프닝

이 때문에 50년 전통의 부산-경남은행의 합병설은 단숨에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당초 2000년대 초반 경남은행을 인수한 우리금융이 합병을 시도했으나 당시 경남은행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이를 포기해야만 했다.

경남은행은 2014년 BN금융(현 BNK금융)에 인수된 이후 사명을 유지한 채 별도 법인으로 부산은행과 분리된 채 영업을 해왔다. 경남은행 인수 후 BNK금융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2017년 취임한 김 회장 역시 두 은행의 합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김 회장은 지난달 21일 지역 기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나온 부산‧경남은행 합병 질문에 대해 구성원의 동의를 전제로 하며 “은행 합병과 관련해서는 임기 중에 방향을 마련해 놓을 계획”,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면 두 은행의 전산을 통합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합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김 회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경남은행이 발칵 뒤집혔다. 경남은행 노조가 5개 지방은행 노조와 함께 공동 성명서를 내고 합병 반대에 나선 것. 지방은행 간 합병은 지역경제 성장기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노조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외부에선 노조 주장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는 등 혼란을 빚었다. 여기에 지역 정가에서도 부산, 경남은행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산은행 본사. (사진=BNK금융그룹)
부산은행 본사. (사진=BNK금융그룹)

◇ 김지완, 속내인가 말실순가?

논란이 확산되자 경남은행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황윤철 경남은행장과 경남은행 노조가 면담을 가졌다. 이를 통해 경남은행 노조는 “경남은행 구성원이 동의하지 않는 통합은 지주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향후에도 그럴 것이라는 지주의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며 투쟁 중단을 선언했다.

BNK금융지주는 김 회장의 합병 발언 자체가 공적인 발언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발언이 있었던 오찬 자리 역시 비공식적인 오찬 자리였으며, 김 회장 발언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의 원론적 답변으로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BNK금융 관계자는 “당시 발언이 있던 자리는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었으며 홍보팀 인원 등 언론 응대 업무를 맡은 직원도 배석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오찬에 참석한 기자분의 질문에 가볍게 원론적으로 답변하신 것으로 정확하게 어떤 발언을 하셨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BNK금융지주는 김 회장의 발언은 공식적인 답변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경남은행 노조가 투쟁을 중단했지만, 외부에선 합병설에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다. BNK금융지주가 비공식적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김 회장의 발언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비공식적 자리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이야기 수준이 아니며 합병 필요성에 대한 설명 역시 구체적이라는 지적이다.

경남은행 본점.
경남은행 본점.

◇ BNK금융·운영비 실적 감소

이를 두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포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2014년 인수 당시 노조의 반발로 1지주 2은행 체제를 유지했다. 문제는 이 1지주 2은행 체제가 결코 효율적인 운영 체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운영 비용부터 2배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두 은행의 별도 운영 시 임직원 수부터 합병보다 많을 수밖에 없을뿐더러, 당장 김 회장 발언 중 전산 문제만 놓고 봐도 비용이 2배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직면한 문제는 BNK금융의 수익성이 감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4474억원이 발생했는 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해당 기간 부산은행은 2577억원, 경남은행 148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6%, 8.9%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등이 영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실적을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BNK금융 입장에서 부산, 경남은행의 합병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면서 “김 회장의 발언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시장 환경 역시 녹록치 않은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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