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조원 날린 중국 알리바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중국 최고 부호의 ‘말 한마디’가 글로벌 주식시장에 엄청난 재앙을 일으켰다. 

중국 금융 당국이 세계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앞둔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을 중단시킨 것도 모자라 모회사인 알리바바 주가가 하루 만에 90조원 가까이 사라졌다. 

어찌된 영문일까. 금융계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3일 알리바바 주가는 8.13% 폭락한 285.57달러로 장을 마쳤다. 전날 잭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이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규제 당국에 소환된 이후 4일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5일 진행하려던 앤트그룹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긴급 공고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750억 달러(약 86조원)가량 증발했다. 알리바바 주식 4.2%를 보유한 마윈 전 회장의 개인 재산도 30억 달러 줄었다.

같은 날 홍콩 증시에서도 핀테크 관련 기업들이 약세를 보였다. 현지 매체들은 앤트그룹이 이번 IPO로 역사상 최대 규모인 340억 달러를 조달하려고 했지만 금융 당국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고 전했다.

앞서 마윈 전 회장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 컨퍼런스에서 중국 지도부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운영할 수 없듯이 ‘구시대 제도’를 갖고 미래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 왕치산 부주석 등 정계 실세들이 자리해있었다.

이에 중국 금융 당국은 규제로 화답했다. 2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관리감독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금융 당국은 마윈 전 회장 등을 불러들여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상하이거래소는 “앤트그룹의 실질 소유주와 경영진이 관련 부처와 감독 관리에 관한 면담을 진행했고 회사 측이 금융 기술 감독 환경 변화 등 중대한 사항을 보고해 기존 상장 조건이나 공시 내용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상장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는 사실상 ‘문책성 소환’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앤트그룹을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하려다가 보류했다”고 3일 보도했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 기업은 ‘알리페이’ 운영사 앤트그룹에 첨단기술 제품을 수출할 수 없다. 다만 대선 직전 월가의 반감을 살 수 있는 데다 소송 제기 가능성도 커 이번 결정이 미뤄졌다고 매체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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