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모 실세의원과 금융당국 외압에 산은이 정상인선 뒤엎고 외부인사 후보로노조, 많은 국민에 고통 안겨준 ‘대우조선사태 교훈’ 잊었나…선임저지 총력투쟁

[데일리비즈온 김영도 기자] 대우건설이사회가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차기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데 대해 대우건설 노조는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강행해 대우건설을 완전히 망치겠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며 오는 23일 주총까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대우건설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이사회는 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S타워에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가 단독 후보로 추천한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대우건설 신임사장으로 선임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사회 위원들은 약 3시간 동안 향후 주주총회 및 차기 일정에 대해 논의한 뒤 이날 결정이 정당하고 떳떳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이나 하듯 취재진과 노조를 의식해 뒷문으로 도망가듯 빠져나갔다.

대우건설은 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3층 문호아트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박 후보를 대우건설 차기 신임사장에 선임하는 안건과 함께 사외이사 1명도 함께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주총에는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 등이 참석한다. 박 전 사장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대우건설을 3년간 이끌게 된다.

대우건설 노조는 ‘낙하산 인사’ 박 전 사장이 사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노조는 이사회가 열리던 날 본사 이사회 회의실 앞에서 박 후보의 사퇴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이사회에 참석해 박 내정자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노조는 그동안 낙하산인사는 절대 안 된다고 절규했는데도 산은이 정치권 실세와 금융당국의 외압에 못 이겨 결국 대우건설 이사회가 박 전 사장의 사장선임 안건을 의결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분노했다.

그동안 정치권 외압설과 낙하산 인선 논란으로 얼룩진 대우건설 사장 인선 파행의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있다는 의혹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친 박근혜) 모 의원이 대우건설의 사장 인선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대우건설의 대주주이자 금융위원회 산하 특수은행인 산업은행에 ‘윗선’의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서 파행이 빚어졌다는 설이 파다하다.

산은은 이러한 외압을 받은 탓인지 그동안 정상적으로 진행돼 오던 사장공모를 갑자기 뒤엎었다. 산은이 개입하기 이전만 하더라도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5월 말 후임 사장 내부 공모에 들어간 결과 후보를 박영식 사장과 이훈복 전무로 압축했다.

하지만 산은과 대우건설측은 갑자기 내부 공모를 통해 최종면접까지 진행된 사장 선임 절차를 돌연 백지화했다. 산업은행이 외부 출신까지 범위를 넓혀 외부공모를 하자고 주장하자 6월24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다시 공모를 받으면서 인선 과정이 지연됐다.

이때부터 대우건설사장 인선이 낙하산이 후보로 등장하면서 이전투구양상으로 돌변했다. 공모 마감이 임박하자 산업은행은 다시 공모 시한을 돌연 7월8일로 재 연장했고 그 결과 새 지원자 중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과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최종 후보로 압축됐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장추천문제가 파행으로 빠져든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낙하산인사가 유력 사장후보로 등장한데서 비롯됐다.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사태가 목전에 전개되고 있는데도 다시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낙하산 인사를 투입하려는데 대해 어떠한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측은 박 전사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점에서 대우건설사장으로 적격성을 결여한데다 해외경험이 전무한 등 경영능력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를 비롯한 대우건설맨들이 한 목소리고 낙하산인사를 반대하고 있는데도 박 전 사장이 이사회의결을 거쳐 차기사장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배후에는 정치권 외압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박 전 사장은 한국주택사업협회장을 역임하면서 모 의원등 정치권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 유력 후보가 가능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대우건설 차기사장은 내부사정을 잘 아는 내부 출신으로 선임되는 상황에서 친박 실세라는 모 의원 등을 등에 업은 인사가 청와대를 통해 민원을 넣었고, 이 소식을 전달받은 금융위가 산은에 사장 인선을 중단하라고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사태의 교훈에도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서 산은이 석연찮은 행동을 이어온 가운데 정치권 외압에 따라 금융위 고위직 인사가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요컨대 낙하산 인사로 대우조선을 부실덩어리로 만들었다는 책임론을 받고 있는 금융당국과 산은이 대우건설까지 망가뜨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인사는 “금융당국이나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대우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는 어떠한 경우에도 낙하산투입을 저지하겠다는 결의로 가득 차있다. 오는 23일 임시주총에 열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이날 주총에서 박 전 사장이 사장으로 최종 선임되더라도 출근저지 등 투쟁 강도를 더욱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박 전 사장의 투입으로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위험이 따르고 노조가 극력반대하고 있는데도 ‘낙하산’ 인사를 투입하려는 의도를 대우건설맨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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