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조 기업 일궈낸 ‘외유내강형’ 경영자
-축구협회장 3선 도전…아시아나 ‘노딜’ 오점

정몽규 HDC현산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HDC현산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대기업 임원의 경영 행보는 가지각색이다. 이들의 방식은 사회의 귀감이 될 때도 있지만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심지어 오너리스크로 이어져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적에 따라 자리유지가 결정되는 전문경영인부터 일명 ‘철밥통’을 가진 오너경영인까지 임원의 움직임이 곧 경제의 흐름이다. 이에 본지는 키워드를 주제로 각 임원의 경영 행보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외유내강=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 회장은 부드러운 이미지 속 강한 내면을 지닌 경영자로 알려졌다. 외유내강형 경영자로서 HDC현산을 내실 있는 회사로 이끌었다.

1999년 현대그룹으로부터 현대산업개발을 가지고 나와 HDC그룹을 만들고 현재 자산 10조의 거대 기업으로 일궜다. 디자인 감각도 탁월하다. 이 감각은 현대 용산아이파크몰과 삼성동 파크하얏트 서울에 투영됐다. 그는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 디자인 혁신 전략과정을 수강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또 건설업에 그치지 않고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이며 실행력을 보여준 그는 면세점, 오크밸리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올해도 코로나19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매출 호조를 보였다.

이 회사의 1분기 매출액은 1조 38억원, 영업이익은 1364억원, 당기순이익 10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13.9%, 35.7% 상승한 기록이다. 경기 화성 병점역 아이파크 캐슬, 대전 아이파크 시티 등 대형 사업지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매출 1조를 견인한 것이다.

정세영 명예회장을 기리며 정몽규 회장은 포니정재단을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사진=포니정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정세영 명예회장을 기리며 정몽규 회장은 포니정재단을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사진=포니정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포니정=정몽규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1967년부터 현대자동차의 기본 뼈대를 세우며 포니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 인물. 정몽규 회장도 1988년 현대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아버지를 이어 1996년부터 현대차 회장을 맡은 정몽규 회장은 1999년 현대그룹 경영권 정리 과정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현대차를 사촌인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에게 넘겨주면서 현대산업개발을 가지고 나왔다.

정몽규 회장은 과거 현대차 경영권을 넘겨준 일을 계기로 승부사 기질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포니정이라는 아버지의 별명을 그대로 기억하며 포니정재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2005년 설립된 포니정재단은 이 회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로 다양한 인재에게 상과 장학금을 주며 지원한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내년 1월에 열리는 제54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대한체육회로부터 3선 출마 자격도 인정받았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 재정에 기여한 점과 국제대회 성적을 통한 국위 선양을 인정받아 3선 출마 자격을 승인 받았다. 실제 정 회장은 2년 전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벤투 대표팀 감독 부임 직후 “축구 발전에 힘을 써달라”면서 HDC현산의 사회공헌자금 4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올해 초 축구협회 새 앰블럼을 소개하는 정몽규 회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축구협회 새 앰블럼을 소개하는 정몽규 회장.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현대차를 경영했던 경험에 의해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향수가 있다는 평이 나오는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열을 올렸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 비율과 내부 비리 등 지속적인 악재가 쏟아져 나오면서 미뤄졌고 인수 협상이 불발됐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를 해제한다고 현산에 통보했고 이에 인수전은 노딜(No deal)로 결렬됐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일방적 계약해제 통지에 유감스럽다”면서 “인수계약의 근간이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기준 재무제표와 2019년 결산 재무제표 사이에는 본 계약을 더 진행할 수 없는 차원의 중대한 변동이 있었다”는 입장을 냈다.

앞으로 HDC현산은 2500억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채권단)이 매각 무산을 밝힌 이후 계약 무산 책임이 금호산업과 채권단 등에 있다는 판단 하에서다.

투자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된 것에 대해 HDC현산이 재무 부담과 리스크를 털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불발된 일이지만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과정을 보면 정몽규 회장의 인맥과 자금력을 살필 수 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조언과 자금 지원이 인수협상대상자 선정의 밑바탕이 됐다. 실제 정몽규 회장은 정재계에 인맥이 넓다. 범현대가인 KCC 정몽진 회장 등 사촌들과도 두루 잘 지내면서 최태원 SK회장 등 다른 대기업 일가와도 친분이 있다.

용산아이파크몰
용산아이파크몰

◇면세점=사업 능력을 밑바탕으로 쌓는 친화력은 면세점 사업에서도 나타난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와 협력에 의해 이뤄진 HDC신라면세점은 2018년 시내 면세점 중 다섯 번째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에도 매출 1조3000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18%나 증가한 기록이다. 2015년 12월 개장한 HDC신라면세점은 개장한지 3년 만에 1조 매출을 이룬 것이다.

이부진 대표는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 직접 만나 사업을 논의했고 합작사를 설립하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범삼성가와 범현대가에서 혈연을 택하지 않고 사업적으로 협력한 두 오너의 만남은 업계에서도 주목됐다.

◇용산개발사업= 정몽규 회장의 대표적인 사업 성과로는 용산개발사업이 꼽힌다. 이 사업은 1998년 현대산업개발이 용산 민자역사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정몽규 회장은 1999년 사업을 이어받아 2004년 용산 ‘아이파크몰’을 개장했다.

2011년 HDC현산 본사를 기존 강남에서 아이파크몰로 옮기며 용산과 깊은 연을 나타냈다. 정몽규 회장은 용산고등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용산시대를 개막한 이후 HDC신라면세점 개관, 용산역 전면공원 지하공간 개발사업, 용산 병원부지 개발사업 수주 등을 통해 용산 개발사업에 집중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