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특수관계인 지배 지분

농심 사옥. 
농심 사옥.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옛말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기업 총수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보다 가업 승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수성가한 탓에 회사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전문 경영인보다는 자녀들을 믿는다. 실제로 패션기업을 대표하는 형지, 에스제이, 에스제이듀코, 한세실업, 한세엠케이, 휠라코리아 등을 훑어봐도 2·3세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거나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데일리비즈온>은 심층 기획취재를 통해 그 면면을 분석 보도키로 했다. <편집자 주> 

◇ 신동원 중심으로 ‘3세 경영’ 밑그림

농심그룹의 지배주주는 신춘호 회장이며, 아들인 신동원, 신동윤, 신동익 등과 함께 일감몰아주기 등 수혜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신동원 부회장의 아들이 경영 수업을 시작하며 3세 경영 밑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다.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은 포장재 계열사인 율촌화학을 승계했다.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유통을 담당하는 메가마트를 도맡았다. 신동원 부회장은 1남 2녀를, 신동윤 부회장은 1남 1녀를 뒀다. 신동원 부회장의 장남 신상렬 씨와 신동윤 부회장의 장남 신시열 씨는 지분으로 계열사 지배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동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농심 그룹의 지주사 농심홀딩스의 경우도 신동원 부회장의 후계자로 장남 상렬 씨가 사실상 확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심홀딩스 지분 확보 모습이 주목된다.

상렬 씨는 신동윤 부회장으로부터 농심홀딩스의 주식(30만 1500만주)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 받아 지분율이 1.37%까지 오르기도 했다. 추가로 1.41%까지 지분율을 늘리며 지배력 확대에 나섰다.

농심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그는 농심홀딩스 지분 소유한 3세 사촌들 중 지분율이 가장 많다. 11명 중 상렬 씨는 1.41%의 지분을 보유한 것과 달리 나머지 10명은 각각 0.3%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왼쪽)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사진=농심)
신동원 농심 부회장(왼쪽)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사진=농심)

◇ 반짝 신장에 가려진 내부거래 실태 

농심의 자회사들은 일감몰아주기로 수혜를 받고 있다. 이른 바 ‘깡’ 열풍으로 새우깡, 감자깡 등의 봉지 과자 시리즈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매출을 키워갔다. 실제 ‘어닝서프라이즈(1분기)’를 기록 한 이후 계속 상승세다.

업계에서는 농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6487억원과 404억원으로 추정하면서 시장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이익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이 효과로 계열사들도 배를 불리고 있다. 농심홀딩스가 설립된 이후 이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을 두며 실적을 올리는 구조다. 즉 농심이 식품을 만드는 데 드는 원재료 구매 등의 비용으로 계열사들의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포장관련제품(연포장재 및 기타 포장재, BOPP 필름 등)의 제조, 판매 등을 주 영업목적으로 하는 율촌화학도 올해 1분기 농심을 상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억원 증가한 매출 486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58.6% 증가한 64억원으로 나타났다.

태경농산(스프)도 신라면 등의 매출 호조로 올해 1분기 농심으로 인한 매출 약 600억원을 올릴 수 있었다. 순이익을 따지면 30억원.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한 기록이다.

농심 로고.
농심 로고.

◇ 수상한 15명, 특수관계인 지배 지분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 정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부정 요소다. 장남의 경영 승계 창구로 통하는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농심 부회장 지분 42.92%를 소유했고 15명의 특수관계인들이 63.2%의 지분을 가졌다. 또 농심근로복지기금(1.44%), 율촌재단(2.01%) 등 3.45% 지분을 합해 특수관계인 지배 지분은 총 66.66%다.

결국 최근 3세 상렬 씨가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농심홀딩스 또한 자회사나 관련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통해 내부거래로 실적을 올린다는 의구심이 든다. 농심홀딩스는 농심 32.72%, 율촌화학 31.94%, 농심개발 지분 96.92%, 자회사 태경농산·농심엔지니어링(100%)을 소유했다.

라면 업계 경쟁사들이 스프, 포장재 등의 계열사를 통해 오너 일가의 배룰 불린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이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농심은 ‘깡’ 열풍에 취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공시대상 기업집단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농심의 성장세는 당국의 레이더망과 가까워지는 셈이다. 농심은 지난해 자산총액 4조 7000억원을 넘었다.

한편, 농심그룹은 3개의 상장회사와 15개의 비상장회사 그리고 14개의 해외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계열회사의 자산총액은 4조5000억원(비금융업 기준 4조3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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