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행장 재공모 실시 기존 지원자 포함 총 11명
-수협 내부 지원자 5명, 외부 지원자 6명 대결 구도
-수협 VS 정부 명확한 입장…최후의 승리자 누구?

수협은행의 차기 행장 선출 작업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수협은행의 차기 행장 선출 작업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수협은행 ‘왕좌의 게임’이 한창이다. 최근 이동빈 현 행장이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힌 가운데 수협은행 차기 행장 선출 공모 작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협은행의 차기 행장 선출 작업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공모에 응한 후보에 대한 서류 심사를 실시해 후보군을 추린 뒤 12일 면접을 보기로 했던 것이 원래의 계획이다. 하지만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돌연 재공모를 선언했다. 인재풀 확대를 위해서라는 게 수협의 설명이었다.

재공모 결과 수협은행 차기 행장 응모자는 대폭 늘었다. 1차 공모 당시 5명이었던 응시자는 11명으로 늘어났다. 1차 공모에 응한 5명의 후보자에 6명이 추가로 지원하며 수협은행 차기 행장 도전자는 총 11명으로 늘었다. 일단 재공모 취지인 인재풀 확대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원자 명단을 이렇다. 1차 공모 당시 지원자인 김진균 SH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Sh수협은행 기업금융 부행장, 강명석 전 Sh수협은행 상임감사,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손교덕 KDB산업은행 사외이사 등 5명 역시 재지원했다.

재공모에는 박석주 전 Sh수협은행 부행장, 이길동 전 수협중앙회 신용부문 수석부행장, 외부 출신의 전봉진 전 삼성증권 영업본부장, 박백수 우체국금융개발원장, 정춘식 전 하나은행 부행장, 강철승 한국수산정책포럼 대표 등 6명이 추가로 지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재공모로 지형도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1차 공모 당시에는 3 대 2 구도로 수협은행 내부 출신 후보가 많았던 상황. 하지만 이번 재공모로 5 대 6으로 외부 출신 인사 지원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지원자들의 출신 성분 비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협은행의 행장 선출에는 수협은행 당사의 의지가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협은행장 선출은 모회사 수협중앙회와 정부의 대결로 봐야 한다. 행추위 위원 구성만 봐도 답이 나온다.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 2명과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가 각각 1명씩 추천해 총 3명의 정부 추천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수협은행장 선출은 총 5명의 위원 중 4명의 동의를 통해 이뤄진다. 문제는 이해관계가 꽤 복잡하다는 것이다. 수협중앙회로써는 자회사인 수협은행에 대한 주도권을 잃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다. 정부 측 입장에서는 굳이 수협은행에 경영에 관여할 필요가 없겠으나 과거사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수협은행은 현재 정부에 ‘빚’을 진 상황이다. 수협중앙회 신용부문은 지난 2001년 외환위기 여파로 두 번에 걸쳐 1조 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이후 수협중앙회 신용부문이 분리해 나가 설립된 것이 수협은행이다. 수협은행 매년 수협중앙회에 배당을 실시하고 수협중앙회는 이 배당금을 통행 공적자금을 상환하고 있다.

수협은행의 공적자금 회수는 오는 2028년까지다. 지난 2017년 127억원, 2018년 1100억, 2019년 1320억원을 상환했지만 올해는 501억원에 머물렀다. 2028년까지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하려면 앞으로 해마다 1000억원을 상환해야 하지만 이전의 상환 실적을 보면 실현 가능한 수치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러한 가운데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의 공적자금 조기 상황을 위해서 법인세 전액을 감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협은행 공적자금 문제를 살펴보면 대략의 그림이 그려진다. 수협중앙회와 정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협은행의 차기 행장 재공모를 두고 말들이 오고 가는 것이다. 정부와 수협 입장에선 향후 수협은행을 이끌 인물에 대해 기본적으로 시각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수협은행장 선정 당시 약 반년의 공백이 이어졌다. 공모는 3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6개월간 수장 공백 기간을 거친 뒤에야 이동빈 행장이 선임됐다. 이 행장의 연임 도전 포기 배경에 수협중앙회와의 갈등이라는 ‘설’이 흘러다니고 있는 가운데 2020년 차기 행장 공모 역시 재공모를 절차를 밟았다. 수협중앙회와 정부의 입장에 온도차 명확한 가운데 수협은행 차기 행장이라는 ‘왕좌’에 누가 오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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