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회 이달 26일 차기 회장 선출 작업 착수
-최종구, 민병두 등 거물급 인사 하마평 올라
-금융권 내 반대 목소리…관피아 논란 불가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꼽힌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꼽힌다.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은행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은행연합회 회장직은 업계 출신 인물들이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시장 환경 악화로 금융당국에 업계의 목소리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 출신 거물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 26일 은행연합회장 선출 작업 착수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오는 26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추천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이사회는 4대 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10개 회원사 은행장으로 구성된다. 다음 달 30일 현 김태영 회장의 임기 종료를 앞둠에 따른 조치다.

은행연합회 회장은 개별 후보 추천으로 후보군을 조성한 뒤 최종 후보군을 선정한다. 후보군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진행해 의견을 조율한 뒤 최종 후보를 추천, 사원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회장 후보군 선정부터 최종 후보 선출까지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다.

업계는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새 인물을 선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역대 은행연합회 회장의 중 연임에 성공한 경우는 지난 1989년부터 1993년 회장직을 지낸 정춘택 전 회장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 회장 역시 연임 도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하마평은 벌써 무성하다. 특히 관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라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 이들은 비공식 차기 행장 레이스에서 타 후보자들과 비교해 앞서나가고 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은 다음달 30일 임기가 종료된다.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은 다음달 30일 임기가 종료된다.

◇ 최종구, 민병두 거물급 인사 유력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레이스에서 최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들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두 사람 모두 이른바 ‘관’ 출신이다. 이전 은행연합회 회장에는 은행장 출신 등 이른바 업계 인물이 선호됐으나 최근에는 ‘관’ 출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이 사모펀드 사태와 코로나19라는 악재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에 업계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관’ 출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각종 정책자금 지원, 규제 정비 등에 대해 더 강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는 게 현재 은행권의 인식이다. 민간 출신 회장의 경우 금융당국을 상대로 업계 입장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에는 사실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 전 위원장과 민 전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금융 전문가다. 수출입은행장을 거쳐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9월 금융위원장에서 물러난 최 전 위원장은 라이나생명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업계는 최 전 위원장 관 출신이자 금융 전문가인 만큼 차기 회장 선출 시 금융당국에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 전 의원은 정확히 말하면 관이 아닌 ‘국회’ 출신이다. 다만 민 전 의원이 국회의원 출신이라고 해서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금융 부분을 소관하는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3선 의원이라는 이력에 금융 전문가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있는 만큼 정계와의 관계를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유력 후보다.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유력 후보다.

◇ 관치 금융 이슈로 불거질 회장 후보

민간 출신 중에선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과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도 거론되고 있다. 관 출신이 유력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선 막판에 민간 출신 후보자가 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현 회장인 김 회장 역시 당초 유력 후보가 아니었음에도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회장으로 선출됐다.

특히 금융권 일각에선 관 출신 인사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점 또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현 은행연합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관료, 정치인 등 차기 후보자 관련 하마평이 무성하다”면서 “신임 회장 후보들이 금융 발전과 혁신을 이끌어갈 인사인지 자세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산업을 대표해 금융당국과 수시로 협의하고 회원사와 함께 금융산업 발전을 논의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회장 역할과 권한의 무게가 막중한 만큼 인선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 또는 정치권 출신 인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논란 역시 만만치 않으리라고 보인다”라며 “민간 금융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의 장으로 관 출신 인사가 앉는다는 것은 결국 관치 금융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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