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경제를 위한 인프라 구축
-원활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14일 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 (사진=현대차)
14일 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 (사진=현대차)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2년 1개월만에 회장직에 오르면서 현대차는 3세 경영 체제를 열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수소 경제와 첨단 모빌리티 사업에 집중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차 3세 경영 체제 개막

2018년 9월 현대차 부회장에서 승진해 수석부회장에 올랐던 정 회장은 당시 회장을 보필한다는 역할을 자처했지만 지난해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은 뒤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르는 등 차근차근 경영 지휘봉을 잡는 준비를 해왔다.

회장으로 승진한 다음날 정 회장의 첫 행보는 수소차였다. 현대차는 국내 유일의 수소차 양산 업체다. 15일 정 회장은 자사가 개발한 수소차 넥쏘를 타고 정부서울청사에 나타났다.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민간위원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정 회장은 회의에서 수소 상용차 개발 및 보급에 대해 강조했다. 정 회장은 향후 10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 상용차 8만 대 판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향후 수소차 세계 1위를 내다보는 현대차는 수소경제위원회가 열린 날 정부, 지자체, 에너지 업계와 수소 상용차 충전소 확대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코하이젠’을 설립하는 협약을 맺으며 의미를 더했다.

수소충전소는 수소 경제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다. 코하이젠은 내년부터 10개의 기체방식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고 2023년엔 액화 수소방식의 수소충전소 25개 이상을 추가로 설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현대차는 7월 열린 1차 수소경제위에서 기본적인 뼈대를 의논했다.

수소경제위에 참석해 최기영 과기부장관과 인사하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수소경제위에 참석해 최기영 과기부장관과 인사하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 ‘오너 3세’가 풀어야할 과제

현대차는 이미 수소차 관련 세계 최초 기록을 쓴 전력이 있다. 7월 이 회사는 세계 최초 수소 전기 대형 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에 수소 트럭 2종을, 사우디에 수소 버스 1종을 수출하기도 했다.

이 기세를 이어 수소 버스 라인업을 넓히는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대형 수소 트랙터를 출시하고 준중형과 중형 트럭 전 라인업에도 수소 전기차 모델을 구상해 전체 라인업에 구축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2만2000대, 북미 시장에서 1만2000대, 중국 시장에서 2만7000대 등을 판매해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8만대 이상의 수소 상용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정 회장이 떠안은 과제는 또 있다. 공식적으로 회장이지만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승계받아야 한다. 앞으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추진될 배경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이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1.43%를 보유한 한편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을 33.88% 가졌다. 기아차는 또 현대모비스 지분 17.28%를 보유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현대모비스 지분 5.79를 보유했고 현대차, 기아차는 현대제철 지분을 각각 17.27%, 6.87% 가졌다.

현대기아차 양재 사옥. (사진=현대차)
현대기아차 양재 사옥. (사진=현대차)

경영 승계 작업에 필요한 지분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7.13% △현대차 5.33% △현대제철 11.81%의 지분을 가졌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0.32% △현대차 2.62% △기아차 1.74%를 가졌다. 이에 정 명예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6.71%,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4.68%를 보유했고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27%을 보유하는 구조다.

주력으로 하는 회사에 대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지 않은 가운데 정의선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승계받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현대글로비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이용해 지분승계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순환출자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한 바 있는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의 모듈·AS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오너일가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교환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방안을 냈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대로 주총을 일주일 앞두고 개편안의 자진 철회된 바 있다. 2년 넘게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멈췄지만 공식적으로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면서 지분승계는 물론 지배구조 개편이 최우선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정 회장은 14일 전세계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낸 회장 취임 영상에서 ‘인류’라는 단어를 7번 강조했다. 그는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로운 미래” “미래 인류의 생활방식” “인류의 꿈” “인류의 자유로운 이동과 풍요로운 삶”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 등을 언급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