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면접에도 최종 후보 도출 못 해 결국 ‘재공모’
-수협중앙회 VS 정부?…어쩔 수 없는 샅바 싸움 지적
-행추위 위원 이견 불가피…선출 난항 반복 가능성↑

이동빈 수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이동빈 수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기혁 기자] 수협은행이 차기 행장 1차 공모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재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행장추천위원회 내부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일단 공식적인 입장은 ‘인력풀 확대’다. 재공모를 통해 차기 행장 후보군을 더 확보한 뒤 적합한 인물을 행장으로 추대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협은행의 차기 행장 후보 재공모는 정부 측과 수협중앙회의 ‘샅바 싸움’이 본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수협, 차기 행장 재공모 나서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차기 행장 후보 재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현 행장인 이동빈 행장이 일찌감치 연임 도전 의사가 없음을 밝혀 이목이 쏠린 상황.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공모에 응한 후보를 대상으로 지난 8일 서류심사를 실시해 후보군을 추린 뒤 12일 면접을 할 예정이었다.

수협은행 차기 행장 면접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총 5명. 김진균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수협은행 집행부행장, 강명석 전 수협은행 상임감사, 손교덕 KDB산업은행 사외이사,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등이다.

결과적으로 행추위는 이날 후보자 면접을 통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행추위의 일정이 어그러짐에 따라 이 행장의 임기가 연장될 전망이다. 이 행장의 임기는 24일 만료되지만, 해당 기간 이전에 차기 행장을 선출하지 못하면 관련법에 따라 이 행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차기 행장 재공모와 관련한 수협은행은 인재풀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 설명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차기 행장은 행추위 위원 총 5명 중 4명의 찬성을 얻는 방식으로 추대된다. 수협은행은 인력풀 확대를 통해 보다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재공모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공모에는 1차 공모 당시 면접 대상이었던 5명도 지원할 수 있다.

수협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수협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 중앙회 VS 정부 ‘줄다리기’

수협은행은 인재풀 확대를 위한 재공모라 설명하고 있으나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행추위 구성 위원 간 ‘샅바 싸움’이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수협은행의 행추위는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수협중앙회가 추천한 위원 2명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등이 각각 1명씩 추천한 3명 등 총 5명이다.

위원 구성이 이렇다 보니 수협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수협은행의 모회사인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과 정부 측 추천 위원들의 의견 합일이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1차 공모 지원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 보인다. 수협은행 내부 출신 3명과 외부출신 2명의 경쟁 구도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외부에선 1차 공모 지원자들의 지원 배경에 수협중앙회와 정부의 의중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원자 중 김진균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수협은행 집행부행장, 강명석 전 수협은행 상임감사는 수협중앙회 지지 후보. 손교덕 KDB산업은행 사외이사,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등은 정부 측 지지 후보라는 시각이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 2017년 행장 선임 재현 우려

수협은행이 차기 행장 재공모에 나서자 일각에선 2017년 행장 선임 당시의 난항이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당시 약 6개월 동안 행장직을 공석으로 둬야 했다. 무려 3번의 공모를 진행한 뒤에 현 행장인 이 행장이 선출됐다.

같은 해 행장 선임 난항 역시 행추위 위원 간 의견 대립이 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출신으로 외부 출신 인물이다. 당락에 대해선 평이 갈리긴 하지만 이 행장은 연임 도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 외부의 시각이다. 이 행장의 연임 도전 포기는 수협중앙회의 갈등 때문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수협은행의 행장 선출 난항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 있다. 수협중앙회와 정부 입장차가 있는 만큼 행장 선출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2017년 행장 선출 당시 발생한 재공모 현상이 올해에도 반복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설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행추위 구성 구조상 갈등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은 중앙회를 정부 추천 위원은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면서 “입장차가 명확한데 양측 모두를 만족하게 할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은 만큼 한동안 동일한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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