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 전 총장의 화려한 인맥도

지난 2018년 수원대교수협의회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수원대 재판거래의혹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형사사건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며 수원대 관련 재판을 공정하게 판결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수원대교수협의회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수원대 재판거래의혹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형사사건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며 수원대 관련 재판을 공정하게 판결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너 내 누군지 아나?”.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관통하는 명대사다. 혈연, 지연, 학연 등 ‘연’이란 ‘연’은 죄다 동원해 법 위에서 노니는 주인공 “최익현(최민식 분)”을 상징하는 대사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남자는 태생부터 비범하다. 한 대학 설립자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 운영을 업으로 해왔다. 이른바 사학 재벌이다. 범상치 않은 출생 배경만큼 그를 둘러싼 이슈는 서민과 궤를 달리한다.

지난 2009년부터 2017년 말까지 남자는 한 대학교의 총장직을 지냈다. 남자의 아버지가 설립한 학교인 만큼 처음부터 정해진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총장’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2011년 감사원 감사, 2014년 교육부 종합 감사 등에서 각종 비리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당시 드러난 수십 가지의 비리는 보는 이를 아연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사학 비리의 총집판이었고, 끝내 해당 대학교는 ‘사학 비리 끝판왕’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남자는 적극적으로 정치권에 인맥을 만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 그와 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는 30년 지기인데, 그 딸은 남자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의 교수였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딸 역시 해당 대학의 교수다. 정세균 총리와는 대학 동기다. 교육부는 남자가 교비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법조계 인맥도 화려해 특정 모임을 통해 지검장들과 친분을 가졌고 지난 2010년에는 모 지검 수사‧형 집행정지 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고 한다.

해당 위원회는 법조, 의료, 시민단체 전문가로 구성되는데 법조인이 아닌 비전문가의 위원장 위촉은 극히 드문 사례라고 한다. 남자가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과 사돈 관계라는 것은 덤이다.

화려한 인맥을 가진 남자는 비리 혐의에 따른 재판이 진행되면서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나 보다. 최근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하반기와 2019년 교수임용 면접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총장 해임 후 이사장으로 불리던 남자가 직접 교수 임용 면접에 참여함에 따라 후임 총장은 면접장 구경도 못 했다고 한다. 심지어 면접 장소는 학교가 아닌 서울 강남구에 있는 남자의 개인 사무실이었다. 이는 사학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점은 지난 2월 이 같은 사실이 교육부 사립대학비리신고센터에 접수됐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나서야 “처음 접하는 사실이고 조사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학교의 해명도 볼 만 하다. 학교 측은 언론에 “임용 관련 서류를 확인해 본 결과 면접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없다”며 “면접을 본 강남 소재 건물엔 법인 사무실이 있어 지리적 편리함에 때문에 그곳에서 최종 면접을 보곤 했다”고 해명했다.

비리 문제에 따른 검찰 조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가운데 남자는 자격 조건 없이 학교 운영에 관여하고 있던 것. 남자의 비범함은 이게 끝이 아니다. 당초 남자는 수십 건의 사학 비리 혐의를 받고 있었다.

여기서 남자가 쌓아온 인맥의 힘이 빛을 발했다. 남자에 대한 관할 지검의 조사가 시작되자 해당 지검의 지검장을 지낸 인물이 그의 변호인이 됐다. 또 조사 과정에서 비리를 고발한 공익 제보자에 검찰이 연락을 취해 고발을 취하하면 복직시켜 줄 수 있다고 회유한 정황이 한 언론에 폭로되기도 했다.  

검찰은 약 17개월 수사를 통해 지난 2015년 11월 남자를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했으나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행적 곳곳에서 비범함이 뚝뚝 흘러넘치는 남자는 검찰 조사에서 40건의 혐의 중에서 무려 39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인 교육 목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기부금의 불법투자 문제였다. 해당 대학은 종편 개국 당시 50억원을 TV조선에 투자해 지분을 사들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남자는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과 사돈 관계다.

남자의 혐의는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다. 결과적으로 남자는 학교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교수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뒤 선임한 변호사 선임 비용을 교비로 충당한 것 등의 자신과 관련된 일부 혐의에만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해당인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렇다 비범한 인맥과 행적이 돋보이는 이 남자는 바로 이인수 전 수원대학교 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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