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트, 노화·암 연관성 밝힐 실마리 제공
-세포 속 유전자 DNA 관측 가능한 기술 개발

움직이는 세포를 추적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UNIST)
움직이는 세포를 추적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UNIST)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 기술로 세포 속 DNA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DNA 응집 구조인 크로마틴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유전자 가위는 DNA 속 특정 영역(유전자)을 편집해 유전질환 등을 교정하는 기술이다.

◇ 유전자 가위로 DNA 실시간 관찰

12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김하진 교수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응용해 세포 핵 속 꽁꽁 뭉쳐진 DNA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가위는 DNA의 특정 영역(유전자)을 자르는 ‘가위 효소’와 이 효소를 안내하는 gRNA로 구성된다.

연구팀은 가위 효소에 DNA의 특정 영역에 결합하는 형광 단백질을 붙여 DNA의 위치를 추적했다. 위치 추적 과정에서 ‘잡음 신호’를 줄이는 기법으로 기존의 유전자 가위 기반 이미징 방법보다 정확도와 해상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위치를 장시간 추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크로마틴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다.

최근 크로마틴 구조 이상이 암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사실이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관찰하고자 하는 DNA의 특정 위치에 세 조각으로 쪼개진 형광 표지 단백질을 붙이는 방식을 사용했다. 형광체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해 DNA의 위치와 모양을 알 수 있다.

형광 표지 단백질이 세 조각으로 쪼개져 있어 기존 유전자 가위 기술 기반 이미징 기법보다 원하는 부위에서만 선택적으로 신호를 얻고 죽은 형광 신호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DNA가 물 속 잉크가 퍼지는 것처럼 수동적인 확산을 보이면서도 능동적으로 위치를 옮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새로 개발된 이미징 기법을 이용해 DNA 특정 영역의 움직임을 장시간 추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각종 유전정보 처리 과정에서 DNA 자체가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기존에는 DNA가 움직이지 않고 단백질 효소들이 DNA를 찾아가 DNA의 고장 난 부분을 고치거나 DNA에 저장된 유전정보를 발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김하진 교수 연구팀. (사진=UNIST)
김하진 교수 연구팀. (사진=UNIST)

◇ 딥러닝 기반의 알고리즘 기반

연구팀 관계자는 “개발한 크로마틴 이미징 기술과 크로마틴 3차원 구조 측정 기술을 결합해 암 등의 유전체 질병에 대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이를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계에서 유전자 가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상황에 적합한 유전자 가위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도 앞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6월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의학 연구단 김형범 연구위원 연구팀이 13종 유전자 가위 변이체들의 효율을 비교해 분석하고 표적 염기서열에 따른 최적의 교정 도구를 고르는 딥러닝 기반 시스템 ‘DeepSpCas9variant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용량 검증 기술을 이용해 13종 SpCas9 변이체들의 상황에 따른 유전자 교정 효율을 밝혔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연구진은 동일한 조건에서 인간배아신장세포를 이용해 유전자 교정 실험을 진행하면서 8종의 PAM 변이체의 교정 효율을 분석했다.

이 결과 4종의 변이체가 인간배아신장세포 교정에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범용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 SpCas9-NG 절단효소의 경우 PAM 서열로 쓰일 수 있는 156개의 서열 중 89개의 서열을 인식했다. 다른 변이체에 비해 표적할 수 있는 부위가 더 많은 셈이다.

연구진은 6종의 정확성을 높인 변이체 중 표적이탈 발생이 가장 적은 변이체도 찾을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최적의 유전자 가위를 추천해주는 딥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인 ‘DeepSpCas9variant’를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교정하고자 하는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할 수 있는 변이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대되는 교정 효율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 관계자는 “표적이탈로 인한 돌연변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가장 효율적인 도구를 이용해 최상의 조건에서 유전적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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