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9월 28일 집단 소송제 제정안 입법 예고해
-1명 승소 시 나머지도 보상…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기획 소송 등 부작용 우려도…경제계 집단 반발 중

건설업계의 주된 분쟁은 아파트 하자 분쟁이다. 올 상반기 국토교통부 하자분쟁위원에 접수된 하자 접수 건수는 2226건에 달한다.
건설업계의 주된 분쟁은 아파트 하자 분쟁이다. 올 상반기 국토교통부 하자분쟁위원에 접수된 하자 접수 건수는 2226건에 달한다.

[데일리비즈온 박기혁 기자]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집단 소송제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던 집단 소송제가 건설업계에 적용될 경우 막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자 분쟁이 소송을 이어질 경우 막대한 손실은 물론 제도를 악용하는 기획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집단 소송제가 대체 뭐길래?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집단 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집단 소송은 이전까지 주가조작 허위 공시 등 증권 분야에만 도입됐던 제도다. 법무부 입법예고의 핵심은 이 같은 집단 소송을 증권을 넘어 모든 분야에 적용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제정안은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피해자가 50인 이상이니 경우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위법행위가 적발된 기업에 실제 손해보다 최대 5배까지 배상책임을 지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제정안은 약 4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뒤 연말 국회에 제출된다.

집단 소송은 피해 규모 등으로 소송을 제한하고 있지만, 그 위력인 막강하다. 간단하게 말해 피해자 50명 이상의 사안이 발생했을 시 1명이 소를 제기해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 전원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무부는 형평성 제고를 위해 법 시행 이전 사안에도 집단 소송을 가능하게 하도록 했다.

재계는 법무부의 집단 소송제 제정안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제정안 시행 시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 특성으로 집단 소송제 적용 시 막대한 비용 발생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집단 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집단 소송은 이전까지 주가조작 허위 공시 등 증권 분야에만 도입됐던 제도다.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집단 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집단 소송은 이전까지 주가조작 허위 공시 등 증권 분야에만 도입됐던 제도다.

◇ 아파트 하자 분쟁에 따른 위축

건설업계의 주된 분쟁은 아파트 하자 분쟁이다. 올 상반기 국토교통부 하자분쟁위원에 접수된 하자 접수 건수는 2226건에 달한다. 지난 2016년 3880건, 2017년 4089건, 2018년 3818건, 지난해 4290건 등 아파트 하자 문제로 발생하는 분쟁은 수천건에 달한다.

물론 이 같은 분쟁이 모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중 일부가 소송으로 이어진다 해도 결코 작은 수는 아니다. 특히 집단 소송제가 적용될 경우 아파트 하자 분쟁에 따른 소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또한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가 함께 적용되기 때문에 하자 분쟁 소송에 따른 비용 지출이 막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조업 등 타 산업 역시 막대한 비용 소모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건설업의 경우 매년 발생하는 분쟁 건수가 많기 때문에 더욱 집단 소송제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집단 소송 제정안 자체가 피해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도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원고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사시 입증 책임은 피고인 건설사 측에 주어진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기획 소송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집단적 소비자피해 재발방지를 위한 집단소송 법제화 필요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집단적 소비자피해 재발방지를 위한 집단소송 법제화 필요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경제계 집단 소송제 반대 의사

건설업계는 이 같은 집단 소송제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 권익 향상 취지에는 공감하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집단 소송제 도입 시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소형 건설사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소송 비용을 등을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지만 중소형 건설사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만 정부의 집단 소송제 도입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계는 현재 집단 소송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제도 도입은 기업 활동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단체들은 이달 중으로 제정안 철회를 공동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경제 단체들은 집단 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안에 독소 조항이 적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집단 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건설사 비용 부담을 떠나 악용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적지 않다”면서 “더욱이 건설업계 자체가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까지 맞이한 상황으로 집단 소송제 도입에 재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